엄마의 동그라미
명절 무렵이었다.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 속초로 여행을 갔다. 설악산 근처 작은 민박집을 구하고는 우리는 차를 타고 이리저리 여행을 다녔다. 운동하느라 바쁜 오빠와 서울에 떨어져 있어 경주 본가에 자주 가지 못했던 나, 우리 가족은 1년에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었고 여행 계획은 엄두도 못 내었다. 그런데 이번 명절 이렇게 다 모여 속초로 여행을 오게 되었다.
설악산 국립공원을 걸어가다 소나기가 쏟아져서 다들 뛰었던 기억
또 내가 가고 싶은 카페가 있어 아빠에게 가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투닥투닥하다가도 도착하니 좋다며 커피를 마시며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는 모습을 다 같이 보고 또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시장에 가서 군것질도 하고 맛집에 가서 맛있는 밥도 먹고 아주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밥을 먹고 갯배를 타고 아바이 마을로 들어갔다. 엄마랑 손을 잡고 바다를 걷는데 엄마가 갑자기 나뭇가지 한 개를 줍더니 자신의 주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자신을 가두었다.
엄마 뭐해
소라야 엄마는 이안에만 갇혀있었다 봐. 세상이 참 넓은데 말이야.
라는 엄마의 말에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는지... 엄마의 손을 꽉 지고 내가 이제 엄마에게 더 넓고 좋은 세상을 많이 보여드려야지 하고 다짐했다.
해외여행은커녕 아직 제주도도 못 가보신 우리 엄마 딸이 꼭 잘해서 좋은데 많이 가야지 했는데
엄마를 보내고 이제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엄마가 지금 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항상 우리 딸은 감성적이라고 말했던 엄마였는데 ...이날 참 동그라미 하나가 아직까지도 얼마나 가슴이 매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