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설거지

by 최소라

초등학생 저학년 때 엄마와 아빠는 맞벌이 셔서 나는 학원을 마치면 할머니 댁에 있다가 밤늦게서야 퇴근하는 부모님과 집에 들어갔다. 할머니 댁에는 할머니와 고모가 같이 계셨는데 가끔 내가 먹은 것을 설거지시키곤 하셨다. 엄마가 유독 나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것을 싫어하던 때는 그때부터였다. 퇴근길 엄마가 설거지를 하다 울고 있던 나를 본 것이다. 아마 어린 마음에 설거지를 시켰던 고모가 무서웠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학원을 마치면 할머니 댁이 아닌 집에서 홀로 엄마 아빠를 기다렸다.


물론 집에서 엄마의 심부름으로 설거지를 하고 자발적으로도 설거지를 했다.


어느 날 외할머니댁에서 외할어버지 제사 때의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이모가 장난스럽게 설거지는 소라가 해라는 말에 엄마가 화가 나버린 것이다. 네 딸 시키지 왜 내 딸 설거지시키냐고 갑작스러운 엄마의 말에 놀란 이모가 설거지를 했다. 이때가 내가 초등학생이 훨씬 지난 성인 때였으니 우리 엄마는 가슴속에 계속 어린 딸이 설거지한 것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엄마가 그때의 기억이 상처가 많이 되었구나.

계속 그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또 우리 엄마가 진짜 든든하다고 생각했지.


엄마는 내가 집에서 설거지를 하면 깨끗이 하지 못한다 물을 이리저리 튄다 행주를 잘 말려야 한다고 혼을 냈다.

설거지는 기본인데 살림을 못한다고 자주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었는데, 아직 엄마한테 배울 것이 많은데 이제 혼자 해야 한다. 항상 엄마는 옆에 계시니 조금씩 잘하는 내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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