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경주를 내려갔다. 사실 보너스를 받아 여유가 생겨서 엄마 아빠에게 딸내미 뽐 좀 내보려고 경주를 내려갔다. 아빠는 친구랑 놀러 가고 나는 엄마랑 경주에 있는 카페 향미사로 가서 커피도 한잔하고 셀카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엄마는 한잔에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냐고 나무랐지만 아무래도 비싼 커피가 더 맛이 좋다며 홀짝홀짝 마시곤 했다. 나는 엄마랑 이렇게 카페에 가서 일상 얘기를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엄마의 둘도 없는 친구이고 엄마도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다. 퉁퉁한 손을 어루만지며 우리 딸은 손이 예뻐 엄마손은 쭈굴쭈굴한데 소라 손은 고생 없는 손같이 이뻐하며, 살만 조금 더 빼면 너무 이쁘겠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일 얘기, 사람 얘기, 미용 얘기까지 엄마와는 진짜 친구처럼 대화하는 폭이 넓고 감성도 넘쳐서 나는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와 엄마랑 손을 잡고 봉황대를 지나 주차장으로 갔다.
엄마가 새로 알아낸 맛있는 한정식집이 있다고 보문으로 갔다. 엄마는 맛있는 곳이 있으며, 나와 오빠 어느 누구만 데리고 가는 것이 미안하고 마음에 걸리는지 꼭 우리 둘을 따로라도 데리고 가곤 했다.
한 입맛 하는 엄마의 맛집은 대성공!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아닐까?
식사를 하면서 엄마에게 불국사 쪽에 겹벚꽃이 많이 피는 곳이 있다고 말했고, 엄마는 소화시킬 겸 가자고 했다. 가는 길 차가 왜 이리도 막히는지 모두 다 겹벚꽃을 보러 가 나보다 했지. 엄마와 나는 잠시 고민헀고 차를 돌려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엄마에게 아쉽다고 연거푸 말했지만 역시 밀린 차들을 기다리기는 싫었다.
다음날 새벽 엄마가 나를 깨웠다.
최소라 겹벚꽃 보고 싶다며 아침 일찍 가자 지금 안 보면 후회할 거야 졸리면 자 엄마가 운전하니깐
진짜 손으로 비벼 눈곱만 때고 외투만 살짝 걸친 뒤 불국사로 겹벚꽃을 보러 갔다. 피곤하다며 다음에 가자고 했지만 내심 차를 타고 달리는 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정말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주차장도 한산했다.
차에서 내린 뒤 새로운 세상으로 접속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텔레토비 동산 같은? 풍성하고 탐스러운 벚꽃을 보니 마음도 몽글몽글하고 새벽 공기도 상쾌하였다. 엄마랑 손을 잡고 동산을 산책하는 것은 정말 천국에 있는 기분 같았다. 엄마도 활짝 웃으며 경주에 살면서도 여기는 처음 와봤네 너무 좋다며 생전 잘 찍지도 않던 사진도 찍더라. 아침에 엄마가 불러내지 않았다며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 이 기분. 이럴 때 보면 우리 엄마는 참 감성적이고 낭만이 있다. 날이 밝으니 하나둘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고 엄마랑 나는 밑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바나나와 우유와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우린 눈을 맞추며 연신 좋다를 외쳤던 것 같다.
차를 타고 가면서 엄마가 소라야 우리 예전에 살던 동네로 지나가 볼까? 했고 나는 좋아!라고 했다.
불국사를 조금 지나쳐 가면 영지라는 아주 시골 동네이다. 유치원 때 잠깐 살았던 동네. 동네로 들어서면서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 똑똑이 생각도 나고 유독 우리를 이뻐하셨던 이장할 아버지가 돌아가셨더라 하는 이야기도 하고 다녔던 초등학교도 지나쳤다. 살던 집 마당을 보니 왜 그렇게 작던지, 추억에 있던 곳과 많이 달랐다.
그렇게 추억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달리는 길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꼈다. 그리고 라디오 볼륨을 올렸는데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팝송이 울려 나왔다. 가슴이 두근두근 했던 것 같다.
엄마와 추억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또 이쁜 추억을 만들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그 후로도 종종 자주 겹벚꽃 이야기를 했다. 또 보러 가자고, 나 또한 봄이 오면 이때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다음 봄이 오면 또 생각이 나겠지? 엄마
나는 내가 느낀 봄 중에 엄마랑 함께했던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이뻐. 엄마도 그렇지? 오늘은 태풍 때문에 비가 많이 와 일이 힘들어서 잠깐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눈물이 나긴 했지만 이렇게 엄마랑 추억을 쓰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