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러 갔다.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정유미라는 배우와 공유 배우의 조합이 너무 기대되었고, 가슴을 울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영화는 여러 군데에서 울림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족끼리 밥을 먹을 때 딸이 대학을 못 갔다는 이유로 화를 내시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대학 안 가도 돼 엄마도 오빠들 뒷바라지하느라 대학도 못고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여기서 어찌나 엄마 생각이 많이 나던지 눈물을 훔쳤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는 예전 남자 친구 집에서 시댁 살이 아닌 시댁살이한 일이 생각이 난다며 분노했고, 나는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힘들면 엄마한테 다 스트레스를 푸는데 우리 엄마는 어느 누구에게 스트레스를 풀까? 조금 냉정해 보이지만 푼수 같은 우리 엄마에게는 가족이 전부라 아마 어느 누구에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래서 이영화를 보면서 내내 엄마 마음 내가 알아줘야지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경주를 갔다. 신경주역까지 엄마 아빠가 데리러 나왔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본 영화 82년생 김지영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 내가 주인공 엄마가 대학 못 간다고 딸한테 혼내는 아빠한테 젊었을 적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 우는 장면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
내가 하는 얘기에 항상 피드백을 잘해주던 엄마였는데 그냥 별말이 없었고, 별로 엄마 취향의 영화가 아니었다 보다 하며 집으로 갔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아빠는 놀러 나가시고 엄마랑 믹스커피 한잔을 하며 마주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아까 내가 했던 영화 얘기를 하더라
소라야 아까 네가 말한 그 영화 얘기 듣고 엄마 사실 눈물 날 뻔했어. 엄마도 어렸을 적에 좀 더 유복하고 더 배웠더라면 지금 더 멋질 텐데라며 눈물 지으시는 게 아닌가
엄마의 울음에 당황한 나는 같이 울어버렸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우리 엄마가 제일 이뻤고, 어릴 적 같이 책방에 가서 엄마와 침대에 누워 책을 보던 추억이 생생하다. 지금을 우리 가족 뒷바라지하느냐 많이 늙고 가냘퍼진 엄마를 보면서 또 내가 잘해야지 우리 엄마 힘든 거는 내가 다 알아주고 좋은 거 많이 함께해야지 했다.
지금 쓰면서도 느끼지만 왜 진작에 많이 알아주지 못했을까....
서울살이를 하면서 엄마에게 좀 더 넓을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너무 후회한다.
좋은 영화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힘든 일이 있으면 자동으로 엄마가 생각나고 전화해서 하소연하고 수다 떨곤 했는데 나는 참 일상적이면서도 소소했던 이 기 억이 너무 좋다.
나에게 참 좋은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오늘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