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이는 생명력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갈고 또 갈고 닦을 때 왕성한 기운이 솟구치는 거다. 사람을 만나고 난 뒤 내 심장이 두근두근 살아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참으로 오랜만이다.
울 사무실 인근에 상가를 매입해 사업 12년차 CEO라는 분이 찾아 오셨다. 아내 분은 대형병원 약사인데, 아이가 커가니 비좁게 느껴지는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를 팔아 보태고, 대출받아 큰 아파트를 사고 싶다며 목소리에 힘찬 기운이 흘러 넘쳤다.
사고 싶은 아파트를 보러가며
“저는 사업을 오랫동안 계속해 왔지만, 한 번도 망해본 적이 없습니다.”
묻지 않았는데, 툭 던지는 말씀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업하면서 성공하신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네, 있습니다.”
큰 소리 대답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하여 그 다음 나올 말이 더 궁금해졌다.
“책에 있습니다. 문과 공부의 본질은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고, 이과 공부의 본질은 물질을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하아, 이거 점점 갈수록 공자 왈 맹자 왈로 가는 이 분위기 어찌할 것인고. 여기서 멈출 수도 없고.’
“사람을 안다는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안다는 것인가요? 책을 읽다보면 사람을 알게 되나요?”
“크게 사람은 선함과 악함으로 나누지만요, 선함에서도 자신에게 이익 되는 거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존재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을 써도 그래요. 일방적으로 충성을 다하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가 없으면 충성을 전혀 바랄 수 없는 것입니다. 보답으로 물질이든 신체적인 접촉이든 정신적 만족이든 그 사람이 원하는 무언가로 이익이 주어져야 끊임없는 충성을 요구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온갖 아부가 거기서 만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 누구랑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 옛날 선인이나 군자랑 대화했을 때 이런 느낌이었는지. 사찰의 선방에서 졸지 말라고 내리치는 죽비로 등짝을 한 대 맞은 느낌이 이럴는지.
누에고치 비단실 줄줄 뽑아내듯 입에서 나오는 말이 비단결보다 더 부드럽고 고급졌다.
어쩜 곳곳에는 이다지 또이또이한 사람이 많은 것인지. 한 발 한 발 집을 보여주러 가는 길이 아니라 청학골의 훈장님과 또는 도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당장 필기도구를 꺼내 받아쓰기라도 해야지, 한 마디 한마디를 보자기에 꽁꽁 싸매고 싶은 분이셨다.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책을 어마무시하게 읽으셨고, 지금도 진행중이시고. 사업의 아이템이나 영감을 책에서 얻으셨기에 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였다.
‘사람의 본질을 꿰뚫고 물질의 본질을 아는 거.’
여기까지 이야기도 놀라운데, 사업 종목이 더 나를 띠띵~하게 했다.
아파트 단지의 폐자전거를 500원에 사들인단다. 사장님의 손을 거치고 나면 10만원의 해외수출감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손을 가지신 분. 오토바이나 농기계 사업도 하셨는데, 지금은 거의 사양사업이라 해외로 다 팔아 넘기셨단다.
지금은 청소업체를 병행하고 계신단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상가 건물에도 공동 화장실이 있다.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 화장실은 그야말로 70년대로 돌려놓은 듯한 곳.
매주 금요일이면 작은 봉고차에 청소도구를 싣고 와서 한참을 씻고 닦아내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락스 냄새로 청소가 끝났음을 알아차릴 정도다. 매주 관리가 되니 그 정도지 그렇지 않다면 들어가지 못할 누구나 꺼려할 만한. 돈을 벌려면 그런 곳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돈 벌 곳이 없다. 어디 가서 돈 벌어야 하지?’ 고민하는 사람 있다면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돈 벌 곳은 천지삐까리 라고 말씀하시는 저 사장님.
저런 분과 친하게 지내면서 따라한다면 사업가로 성공하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다. 잠시 같이 이야기 나눈 기운만도 이리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아이디어 무궁무진한 CEO와 같이 일하는 것만도 좋을 거 같다.
‘우와~ 제 몸에서 나는 심장 팔딱이는 소리 들으니 참 새롭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