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쪼꼬미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항상 밝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지만, 쪼꼬미들의 표정이 평소와 다른 날도 많다. 대개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어떤 이유로든 떼를 부려 엄마나 아빠 또는 할머니께 야단을 맞은 날임을 얼굴빛으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
친구들과 섞여 이야기 나누고 놀다 보면 그 기분은 잠시 잠깐. 오래갈 수가 없다. 오래 가게 놔두질 못한다. 변화무쌍함이 존재하는 교실에서 자기의 기분 상함은 순식간에 증발시키는 마력의 장소인 거다.
집과 원이 가까워 항상 데려다주는 지읒이가 들어오고 가끔씩 데려다주는 미음이 까지 들어오면 울 반 쪼꼬미들이 다 모인 완전체가 된다.
나날이 거듭되면서 쪼꼬미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의 화제가 아주 다양해졌다. 오늘은 생각지도 못했던 죽음에 대해 논하고 있다. 순간 너무 깜짝 놀랐는데, 듣다 보니 심각하기까지 했다. 네 살 쪼꼬미들의 대화 내용이 맞나 싶어 신기방기하기도 했다.
먼저 디귿이가 말을 꺼냈다.
“우리 작은 삼촌이 배가 불러서 응급실에 가서 죽었~~~어.”
그 말을 듣고 있던 시옷이도 생각나는 일이 있나 보다.
“우리 외할아버지가 죽어서 하늘나라 갔는데, 전화도 못 받아. 하늘나라에 가면 못 만나고 꿈속에서 만나야 돼.”
외할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는 듯 보였다.
이응이도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 훈돌이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훈돌이가 돌아가 죽어서 많이 슬퍼했어.”
처음에 이응이가 돌아갔다는 말과 훈돌이 할아버지라 해서 할아버지 이름인 줄 알았다. 끝까지 듣고 보니 할아버지 댁에서 키우던 개 이야기인 듯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똑 부러지게 말 잘하는 히읗이가 빠질 수가 없지, 아니나 다를까 말을 꺼냈다.
“우리 할아버지는 산속에 있는데, 외삼촌이랑 가서 술도 많이 뿌려줬어. 풀이 많이 나 있는데 뿌려줬어. 대치동 할머니도 같이 갔어.”
쪼꼬미들은 외할머니, 친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잠실 할머니, 대치동 할머니라 부른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 키울 때와 달랐다.
다른 친구들 표정을 봤더니 죽음이란 말과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아직 돌아가신 분이 안 계셔서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으니 관심 없는 듯했다.
어떤 주제에 벗어나지 않고 관련되는 일을 주거니 받거니 말하는 쪼꼬미들이 다 커 보이고, 중학생쯤 되어 보였다.
어머님들과 상담하면서 아직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않아 실제 이야기일 수도 동화책 속의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주제에 맞게 이야기를 나누는 데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쪼꼬미들이 오늘따라 언니 오빠들처럼 보였다.
함께 살던 가족과 영영 이별을 해야 하는 아픔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고 말 한마디만으로 힘이 되던 울 아부지, 어무이, 술 드시면 뗑깡 쟁이 술 안 드실 땐 세상 그리 인자하고 너그러운 분이시던 울 시아버님, 히읗 쪼꼬미가 말하던 산속에서 잘 계시지요? 오늘은 쪼꼬미들로 인해 돌아가신 어무이, 아부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이 보고 계실텐데, 더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