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반 친구들,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가져온 게 있는데, 모두 눈 한 번 감아 보세요.”
“선새이임, 뭐예요?”
“빨리 보고 싶어요.”
눈을 반쯤 뜬 채 여기저기서 궁금하니 언능 보여줄 것을 재촉했다. 작품 전시회 하느라 그동안 활동했던 것을 총정리하며 다양한 작품을 만들던 중 알밤이 필요했었다. 전시작품 재료로 사용할 알밤을 싸고 있는 밤송이가 종이 가방에 얌전히 들어있다.
얼마 전, 시어머니 댁에 갔을 때 자연물을 이용한 만들기 재료를 구하느라 시엄니 텃밭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서울 꼬맹이들 밤송이 못 봤을 끼다.”
텃밭 입구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밤나무에서 뾰족한 가시 숭숭한 밤송이를 꺾어주셨다. 순진무구한 우리 쪼꼬미들 밤송이를 보고 뭐라고 할지 나도 너무 궁금했다.
언제 보여줄 거냐며 반쯤 감고 있는 눈이 파르르 떨리며 거의 뜨고 있는 거나 다름없을 때 책상 위에 살짝 올려 주었다.
“와아~~~~~~~~~~~~~~~~~~~~고슴도치다!”
어느 누구 한 명 의심의 여지없이 이구동성 고슴도치란다. 호기심 가득한 녀석의 손에 의해 살짝 건드려졌다.
“야아, 고슴도치가 움직여.”
움직이기까지 하단다.
이응이는 밤송이 고슴도치의 등장과 동시에 구석진 곳에 피신해서 고개만 빼서 보고 있다. 꽉 깨물까 봐 무섭단다. 다른 친구들은 고슴도치를 불러대며 소통하느라 바쁘다. 엄마는 어딨냐? 친구들은 어딨냐며 손으로 건드리면 아플 거 같으니 색연필을 챙겨 와서 밀어보고 건들어 보고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소통했다 싶었을 때 알밤이 들어있는 밤송이라고 알려주었다. 밤송이라고 해도 쪼꼬미들은 고슴도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나 보다. 고슴도치 같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은 듯하다. 밤나무의 밤송이를 거의 본 적이 없을 테니....
울 시엄니는 서울 아이들은 쌀도 쌀나무에서 열리는 줄 아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어디서 들으셨단다. 벼가 익을 무렵 벼이삭을 챙겨 놓았다 주곤 하셨다. 서울 아이들 보여주라고. 직접 보여주며 껍질을 까서 뽀얀 쌀알이 나오는 걸 보면
"우와~ 쌀이다!!"
다들 놀라워하며 신기해했다. 나는 그런 쪼꼬미들의 눈빛이 정말 예뻤다. 다 보여주고 난 뒤 우리 가을 교실 꾸미기에 사용하면 쌀알이 들어있는 벼이삭에 더 애정을 쏟아 주는 듯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지심이나 우유팩은 만들기의 주재료가 되었다. 작은 돌멩이, 나뭇가지, 나뭇잎 관심만 가지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자연물의 만들기 시간, 재밌고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기쁨과 놀람의 시간, 새 작품 탄생은 또 다른 즐거움이자 아이디어 반짝임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