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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14. 2021

초보 엄마는 오늘도 웁니다.

아이의 몸이 아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얼굴  한  번 보자며 다같이 모이자 하면 열일 제치고 금방이라도 달려올 50여 명. 연휴의 마지막 날 비밀리에  넷만 모이자했다.  알게 되면 서운하고  다섯 이상 모이면 안 되니까.


공인중개사의 이름으로 일하는 마흔 나이 두 명과 마흔아홉 1명과 나. 덩치로 보나 키로 보나 생각으로 보나 그들 셋이 언니 해도 충분할. 물리적 나이로 보면 최고 언니인 나. 끼워주는 것만도 고마운 맘으로 나갔다.   

 

스타벅스 커피숍엔 층마다 빈 의자를 한쪽에 뒤엎어놓고 한정된 사람 수만 입장할 수 있게 해 놓았다. 20대의 젊은 청년 몇 명이 노트북과 책을 펴놓고 열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오전 11시. 언제부터 와서 공부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일요일임을 생각하면 대단한 젊은이들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흔 나이 두 명과 내가 먼저 도착이다. 마흔아홉은 아직도 잠에서 깨나지 못하고 이제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해서 나온다는

소식을  넷의 단톡방으로  알려줬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아이스커피와 핫 커피를 주문할 때 조금 놀랐다.  6개월여 매주 토요일 오후면 만나서 공부하던 우리들이 코로나가 심해지며 만남을 끊었었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나이 많은 언니니까 내가 사주려고 했다. 각자 자기 커피를 사는 분위기였다. 물 흐르듯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언니, 이 추운 날에 아이스 커피를 왜 시키는지 모르지? 속에서 타는 천불을 끄려고."

"맞아 맞아 나두나두."

마흔의 두 여자 사람은 나에게  말하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계단을 올랐다.

'그이도 맨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데, 그런 이유였던가.'


몇 안 되는 자리라 2층이 꽉 차 있다. 3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넷이서 모여 이야기 나누기가 얼마만인가. 생각할 겨를 없이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마흔의 한 명은 초등 3학년과 이번에 초등 입학할 남자아이 둘 엄마. 또 한 명의 마흔은 고3과 고2의 연년생 아들을 둔 엄마. 초등 마흔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OO대 부속초등학교라 사립 초등학교를 보내는 엄마의 고충이 있었다. 거기다 일까지 하고 있으니 매번 엄마들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고 정보에 눈이 어둡다는 걸 어제야 알았단다. 새 정보를 듣고 아이에게 적용해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맞을지는 나중 문제라는 거다. 알게 된 걸 해보는 것과 아예 몰라 시도조차 못했다는 건 정말 다르다는 거였다.   

  

부부가 언어학을 전공하고 3개 나라 언어가 능통함에도 정작 아들은 한글도 떼지 못하고 학교를 보냈다는 거다. 외롭지 않게 한 명 더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나. 어제 반 대표 엄마의 모임 주최로 모처럼 참여해 많은 정보를 듣고 왔다며.

학교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만 챙기는 것이 최선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세계를 알았다며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는 거다.

그 그림은 엄마가 그려봐도 아무 소용이 없고, 아이가 그리거나 그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초등시절을 보낸 엄마들만 아는 거라는. 아직 초등 엄마여서 엄마가 그리고 있는 거였다.

   

고3과 고2의 마흔인 엄마는 어린 날 엄마가 되었단다. 초등학교를 보냈더니 저능아란 단어를 서슴지 않고 쓰는 선생님께 아이가 주눅 들까 봐 손을 들어 반대표 엄마를 맡았단다. 사회생활을 몰라도 넘 몰랐던 시절 '아닌 것은 아니라고' 넘 크게 대항하다 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엄마들, 다른 학년 반 대표 엄마에게까지 ‘싸가지 없는 년’으로 통했단다. 수입차 딜러로 여장부처럼 일을 하며 판매왕은 여러 번 했어도 아들 둘 키우는 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단다.  

   

고등생인 아들 둘을 키우는 마흔 엄마의 성교육도 정말 쿨했다. 우리 아이들이 한창 커 갈 때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성교육 강사들의 강의에서 들었던 걸 직접 실천하고 있었다. 둘이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서

합의하에 관계를 하는 거까진 좋단다. 여기서도 나는 움찔 놀라는 꼰대 엄마가 되었다. 임신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 부모의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가능해야 하는 일이니 지금도 나중에도 아이를 절대 키워줄 수 없다고 했단다. 콘돔은 필수라고 일러줬단다. 학교에서 배워 다 알고 있다고 했다는데...

   

아이 키우는 부모 어려움의 끝판까지 깨 놓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마흔아홉의 아들 하나 엄마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거 같은 표정으로 들어선다. 중1 아들로 밤잠을 거의 못 자고 새벽에 잠이 든다는 거다. 휴대폰으로 뭐를 하는지 새벽 4시까진 기본으로 깨어있다는 거다. 그러니 아침은 일어나지 못하고.

아들과 싸우기를 여러 번. 눈물로 지새우기를 밥 먹듯 하다 보니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졌단다. 응급실엘 여러 번 드나들다 결국 1월까지 일은 마무리했단다. 아들 뒷바라지 신경 쓰고, 운동하고 여기저기 사무실 오픈한 곳에 축하해 주러 다닐 예정이란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도 엄마들도 통제 불가능에 폭발할 지경이란다.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며 안간힘과 애씀에 안아주고 토닥여 주고 싶었다.


각자 아들 이야기에서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인천 송도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야기, 한남동, 청담동을 오가며 법인에서 일한 이야기, 새 아파트 입주장의 이야기, 나의 소박한 구멍가게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의 이야기에서 공인중개사는 뭐니 뭐니 해도 매도인과 매수인, 임대인과 임차인과의 조율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임을 우리끼리 결론 내렸다.


마흔 언저리에 있는 그들은 무엇보다 엄마의 무게감이 우선 엄청났다. 나도 그 시절엔 그랬을 텐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꽉 막혔던 지금의 시간에서 조금 내려놓고 물꼬 트는 시간이었기를. 엄마 먼저 우뚝 서는 시간 가지기를.


양파 밑동의 양분으로 이파리를 뽑아 올리듯 양파 엄마처럼  울 엄마들의 눈물로 아이들은 커가는 듯

초보 엄마들은 오늘도 다. 가끔씩 보일 때도, 더 많이 보여지지 않는 눈물을 먹고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커 갈 테고.


엄마의 눈물은 마르고, 아이에게 또 다른 아이 키울 눈물이 가득 채워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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