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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12. 2021

  어느새 나도 꼰대!!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좀처럼 잘 바꾸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들지 않아 한동안

불편한 맘 갖지 않아도 되기에. 단골로 정해 놓고 다니면 좋은 점 중의 하나다.   

  

귀밑 2cm 하라고, 해야 한다고 중딩 때처럼 강요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귀 밑을 넘고 어깨선을 넘어갈 즈음 답답해진다. 뭔가 거추장스럽고 추리하니 몰골에 신경이 쓰여 미용실을 떠올리는 즈음이다.   

  

두 달 전 파마까지 한 것이 매끄러운 손질을 못 만났다. 자고 나거나 휴일 날 집에 있을 때면 사자 갈기를 연상케 하는지 식구들의 웃음거리 되기 딱 좋은 모양이다.

‘자른 지 며칠 됐다고 또 잘랐어?’

말할 때는 언제고 제발 머리 좀 자르고 오라고 따닝의 재촉이 있은지 보름이 넘었다. 지금 머리가 맘에 쏙 들어 계속 뻐덩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골로 가던 곳은 늦게까지 하기에 언제든 자를 수 있다. 그곳을 가지 않고 있는 것은 눈여겨보아 둔 곳이 있어서다. 소문을 듣거나 추천받은 곳이 아니다. 머리를 잘 자를 거 같은 원장님의 포스가 있던 것도 아니다. 만날 뵐 수 없어서 못 자르고 있는 상태이고 본 적도 없다. 삐까번쩍 새로운 스타일의 장비를 갖추고 신장개업은 더더욱 아니다.    

 

목선을 덮고 자고 나면 쑥대머리를 참고 견딜 수 있게 만든 건 단 하나 연탄난로의 공기통 배관이다.

서울 땅에서 역세권  2~3분 거리에 위치한 연탄난로의 미용실이라니. 어린 날을 마주한 듯 괜히 반가웠다. 초등학교 교실마다 난로가 있어 양은 도시락을 켜켜이 쌓아 올리던 어린 날이.   

 

출퇴근길 그곳을 지나야 한다. 아침엔 문도 열지 않지만, 자르고 출근도 쉽지 않을 테다. 퇴근하면서 통유리문 안을 들여다봐도 늘 계시지 않으셨다. 오늘 밤 조금 일찍 맘먹고 사무실을 나왔더니 마무리하고 계신 거다. 그동안 나의 퇴근시간과 맞물려 보지 못했나 보다.

   

“어떻게 연탄난로 쓰실 생각을 하셨어요?” 머리를 자르며 여쭈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친구가 연탄난로 쓰고 있는 걸 보며 따라 하게 됐어요. 좋은 점이 한 둘이 아니에요. 20년 넘게 영업하는 동안 온풍기, 난방기 등 전기 이용하여 열 내는 스토브는 사용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겨울철 지나고 나면 피부가 푸석푸석 해지고, 눈이 뻑뻑하니 좋지 않았어요. 써 본 중에 연탄난로가 가장 나아요.”

이것이 연탄난로를 쓰고 있는 이유라고 말씀하신다.  피부미용에 좋고 마음의 창이라고 일컫는 두 눈을 맑게 해 준다면 꼭 바꿔 써야 할 이유가 되고 남음이다.


“연탄 배달해 주는 곳이 있어요?”

“몰랐을 땐 설마 있을까 했어요. 연탄 쟁여 놓을 곳만 있으면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오더라고요. 하하하.”

연탄을 갈아야 하는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아침에 출근했을 때 따스함과 훈훈함이 정말 좋단다. 그럴 거 같았다. 아침마다 썰렁하고 메마른 찬 공기를 온풍기로 데우기 바쁜 우리 사무실과 대조적이었다.    


낯선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그분의 말이나 행동에서 진솔함이 느껴진다. 그분의 삶이 만들어 준 선물이겠지. 그곳에서 20년 넘게 운영하셨단다. 지나다닌 지 1년이 채 안됐으니 모를 수밖에. 따님한테 미용을 배우라고 권하셨단다.

“너는 엄마처럼 죽도록 일하지 말고 미용 기술을 배워 경영을 하거라. 엄마가 평생 해 온 일이니 이 분야에 대해선 조언을 해 줄 수가 있겠구나.” 참 곱게도 말씀하신다.


다행히 손재주 있는 따님이 미용학과를 나와 이 OO 헤어비스 직원 10명 데리고 운영하고 있단다. 자기 분야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 일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책에서와 다른 힘과 에너지가 느껴져서 참 좋다.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꼽으라면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란다. 60이 된 사람이 40대 후반에서 50대까지 보이려고 할 땐 센스 있으시구나 하지만, 30까지 보이려고 할 땐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고 보는 사람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60된 사람이 레깅스를 입고 와서 긴 생머리를 해달라고 하실 때면 해드리긴 하는데... 옷도 머리 모양도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 무시하고 나만 좋으면 돼. 그런 사람도 많던데... ’

그런 말하면  나도 꼰대가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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