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Feb 23. 2021

브런치에 글쓰는 첫 번째 이유

소통. 이해. 배려. 감사

잠자고 일어나 씻고 식사 준비해서 밥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다다다 후딱 생각나는 대로 한 편 글쓰기해서 브런치 올리고, 출근 준비해서 집을 나서는.

   

남들이 보면 참 단순하고 단조롭기 그지없는 삶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꽉 찬 삶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저녁에 퇴근해서 옷 벗으며 손 씻고 나서  있는 반찬 꺼내고, 찌개라도 하나 추가하면 이게 진수성찬이지. 금방 맛있게 한 그릇 뚝딱이다.    


저녁을 먹고는 퇴근하며 사들고 왔던 트럭딸기의 싱싱함으로 입가심을 끝내고,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쓰고 잘까, 내일 아침에 쓸까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그이가 어떻게 읽어냈나 보다.     


“오늘은 글 안 쓰나?”

“어?  아~  좀 있다 쓰려고.....”

브런치라는 글쓰기 마당을 알고 난 후 많은 글을 올렸지만, 좋아요!!! 한 번 누르지 않는 무뚝뚝한 갱상도 사나이가 툭 던지는 말이 우스웠다.


‘읽기는 해 주는 모양인갑네. 야홋!!

그럼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겐 어눌하게 때론 조리 있게 조곤조곤 말이 잘 나간다. 가족들 앞에선 늘 퉁퉁 걸리는 소리가 나는 거다.


‘왜 그런 거지?

사랑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쳐진 가족인데, 누구보다 더 가까운 내 편들이 남의 편보다 못하게 늘 삐거덕대며 지지고 볶는 소리만 나는 이유가 뭘까?’    


하긴 남들한텐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어의 주문을 하지 않는 것도 소통의 요인일 수 있겠다. 맘 상할까봐 조심하며 좋은 이야기만 해 주니까.

   

넘 짜게 먹지 라. 어깨는 쭈욱 펴고 걸어라. 앉을 때 자세는 바르게 앉아라. 불룩 내민 배 쏘옥 집어 넣어라. 라면, 과자, 탄산 음료는 주문하지 라. 불 끈 상태로 휴대폰 보지 마라.    


알고보고 뜯어보면 가족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이길 바라는 내 속 맘에 소망이 들어 있건만,  하지마라  하지마라 해대니 상대는 잔소리 또 잔소리한다는 느낌만 받는  모양이었다.  서로 맘 속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만들지 못함이 우선 문제다. 일일이 서운하고 속상한 맘을 하나부터 열까지 꺼내 놓거나 들어주기도 쉽지 않다.  

   

가만 보니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는 걸 울 따닝을 보며 알게 된다. 툭툭 두 세 마디 내뱉듯 말하는 게 전부인 그 툭툭이 따닝이 좀 전에 만나고 온 친구랑 무슨 할 말이 더 남았는지 내가 잠이 들고 나서도 할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분명 통화 내용에는 본 일, 들은 일, 겪은 일까지 다하고 또 재방해도 들어줄 수는 아량이 넓은 들판마냥 깔고 있는 거.  누가 들어도 시시한 얘기까지 까르르 쿡쿡대며 이 세상 얘기 중 이보다 더 재밌고 유쾌한 얘기가 또 있을까 하며 서로 나눌 테다.    


말로 소통이 잘 되어 왔다면 모를까. 두 아이가 내 쓴 글을 읽어주면 고맙지만, 강요할 순 없고. 그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간간히 읽어주고 내 맘 속의 소망을 알아주는 것만도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겠구나 싶은생각까지 이른거다.   

 

남들과는 소통, 응원, 지지, 칭찬, 격려가 잘 되고 쉽게들 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의 관계는 내려놓지를 못하고 욕심만 가득함이 앞서서인가.     


고운 말이 나가지 못하고, 삐걱삐걱 거칠고 센 말만 나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가끔이라도 가족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그것이 윤활유가 되어 말하지 않아도 다 알지만, 서운한 맘도 기쁜 맘도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해 준다면. 이보다 가치 있는 글쓰기가  어디겠는가.   

 

앞으로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가 될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AI 알고리즘 모두를 부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