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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26. 2021

어서 오시와요~ 2021년 새 봄님.

아~봄이다!! 창가에 퍼지는 햇살이, 두 뺨에 와 닿는 바람이, 한가로이 졸고 있는 카레 냥이의 얼굴 곳곳에서 봄을 부르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는 걸 몸이 알아차린다. 계절의 바뀜을 알아차림은 철을 안다는 것이고, 철을 안다는 건 철이 들었다는 말과도 통한다고 했거늘, 철이 들기나 한 걸까.  

  

아직 롱 패딩을 걸치는 이들도 보인다. 지퍼나 찍찍이를 붙이지 않아 안에 입은 옷이 보일 정도로 벌어져 있다. 겉옷을 벗어던지고 티셔츠만 입은 이들도 눈에 보이는 걸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기온이었던 게다.  

  

출퇴근길 눈여겨보던 목련은 낡은 솜털 옷을 밀어 올리더니 털이 포슬포슬한 새 옷 속에 하얀 우윳빛 꽃잎을 키워내고, 생강나무, 산수유는 산뜻한 연노랑의 꽃잎을 키우느라 올록볼록해졌다.  

대자연의 왕성하고 활발한 되살아남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무실 안에도 봄을 들여 앉혀야 했다.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고, 처음 발걸음 하시는 분들께는 첫 이미지도 중요한 곳이니까.    


사계절 내내 싱싱함과 푸르름 담당이던 두 화분 속의 돈나무와 스투키들이었다. 긴 겨울밤 추위에 너무 떨었었나. 광택이 날 정도로 빛났던 잎들은 오데로 가뿌렸나. 시들시들 뿌리가 말라가고, 잎이 누르딩딩 물컹하기까지 했다.    


찬바람에 묻어나는 추위가 저만치 물러가길 기다렸더랬다. 바람도 잠잠하고 햇살이 부챗살만큼 쫘악 퍼진 날, 화분 속의 친구들은 다시 재정비에 들어갔다. 살아나기 힘든 잎들은 뽑아내고 합치고, 뭉쳐서 같이 어울려 살아내길 바랐다.    


대자연의 큰 움직임이 있는 봄기운 가득한 나날이 계속될 테다. 동태처럼 꽁꽁 얼다 못해 딱딱하고, 북어처럼 빠짝 마른 듯 메마른 내 몸 안에도 봄기운을 불러들여야 한다. 봄꽃들이 필 때쯤 내 맘도 말랑말랑해져서 같이 친구 할 수 있겠지.   

 

오늘 밤은 정월대보름날의 달빛도 나왔다. 봄날의 기운으로 춥지 않다는 걸 눈치챘나 보다. 온몸에 구름 옷 하나 걸치지 않고, 달빛 근육질을 드러내며 둥근 맨 몸으로 몸 자랑을 하고 있다.    

봄은 언제나 언 몸도 언 맘도 녹여낼 만큼 따사롭고,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다가온 새 봄 살콤 살콤  옴싹 옴싹  한 스푼 뜨기 힘든 아이스크림처럼 아껴야지. 한 입에 옴팡 퍼 먹듯 없어지게 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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