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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r 01. 2021

  끼인 관계 회복하기란.

양보가 없다. 둘이 팽팽히 맞섰다. 어느 하나를 잘못 건드렸다간 하나가 깨지고, 부서지든 둘 다 박살날 지경이다. 조마조마 심장이 떨려 건들기도 뭐하다.    


“투둑 투둑!! 토통 토통 코공코공!!”

꿈쩍 않는 그 둘을 살려내기 위해 잡아당겼다가 살살 두들겨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떨어져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머뭇거리는데, 반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정면 돌파가 아니라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로 한 거다.     


설거지하려는데, 사기그릇 두 개가 꽉 끼여 떨어져 나올 생각이 없는 거다. 세게 잡아당길 수도 쾅쾅쾅 내리 치기도 쉽지 않을 때 둘 다 온전히 살려내는 방법을 떠올린 거.  

   

안쪽에 낀 그릇에 물을 담고 냉동실에 얼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있는데 시간이 걸린다. 수축을 이용한 방법이라는데, 좀 더 빠른 방법이 있어 통과했다. 냄비에 물을 팔팔 끓였다. 그곳에 두 개의 꽉 낀 그릇을 담갔더니 어느 하나 깨지거나 상처 내지 않고 둘 다 온전하게 떨어져 나왔다.   

      

얼마 전, 아이 셋을 키우는 젊은 부부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아이가 커가니 집이 좀 컸으면 좋겠단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 돈을 보태고, 대출을 많이 받아서라도 상가주택을 사고 싶다는 거다.


사용하는 층을 제외한 다른 층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이 있다면 우선은 부담이 되겠지만, 대출을 다 갚고 나면 그것 또한 매력 있는 수입이 될 거 같다는 거다. 근처에 있는 자리가 좋다 싶은 상가주택을 아내가 거의 다 둘러본 상태였다.     


옆에서 듣고 보기엔  아내가 집에 대한 관심이 많고, 요모조모 따지기도 잘했다. 아내가 말 한마디 할라치면 남편 되시는 분이 어찌나 면박을 주시는지, 옆에서 듣는 우리가 민망할 정도였다. 큰 소리를 지르며 당장 그 입 다물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집 안에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텐데, 남자들은 왜 밖에만 나오면 더 울그락불그락그리며 아내를 무시하고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그렇게 대하는 걸까. 답을  명확하게 찾지 못하고,  멍하게 그 남자분의 얼굴을 살짝 다시 보는 걸로 혼자 답답해했었다.   


그 현장에서 받은 수모를 아내분도 느꼈을 텐데...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고 몇 번의 묵살하는 듯한 말을 계속 듣고 넘어가던데 집에 가서 얘기 하려는건지, 일상적인 일이라 내가 느끼는 걸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지 잘 모를 일이다.


그런 일이 남의 집만이 아닌 우리 집에서도 일어났다. 계약할 일이 있어 그이와 같이 일요일 외출을 한 거다. 대출과 관련된 질문을 옆에서 하나 했더니 버럭 화를 내듯 그 입 다물라의 반응이 나왔다.


얼마 전의 그 남자의 반응도 생각나서 앞에 젊은 여자 상담사가 있음에도

“지금 내가 한 가지 질문한 것이 그렇게까지 면박 받을 만큼 잘못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무 생각 없이 원래 하던 대로 한 말로 이 여자가 왜 정색을 하고 말하나 싶었나 보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바로 직전에 한 말로 내가 기분 나빴음을 얘기하니 상담사 앞에서 바로 사과를 하였다. 바로 사과를 해오니 더 이상 말할 거리도 아니었다.  그 젊은 여자 앞에서 왜 그런 말을 하고 뭐가 그렇게 잘못했냐며 큰 소리 질렀다면 사기그릇 억지로 떼 내는 꼴이 되지 않았을까.   

  

글 쓰는 힘이 이런 건가.  내가 하는 행동의 잘못도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거. 그걸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은 잘잘못을 느끼기도 하고 알아차리고 별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받을 수 있게 되는 거.    


시간을 두고 지혜와 현명한 방법을 놔두고 사기그릇 두 개를 억지로 떼 냈으면 어땠을까. 안 봐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일어났을 거다.     


우리는 꽉 끼인 관계를 억지로 빼내려는 미완성인 채로 살아간다. 언제든 좋은 방법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배우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쓴다면 서로 생채기 내지 않고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텐데....  말로든 행동으로든 글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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