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포개 얹어 맞잡은 손에서 결연함이 느껴진다. 살다 보면 속상하고, 답답하고 분해서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안 하면 아슬아슬 금방 펑 터질 거 같은 가슴을 껴안은 듯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다.
여든이 가까운 임대인께서 어젯밤 곧 이사 나갈 임차인과 한바탕 했다며 못다 푼 감정 다스리기가 힘드셨는지 아침 일찍 찾아오셨다. 의자에 마주 앉아 어젯밤 있었던 일을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고, 얼굴 붉히며 상황 설명을 하고 계신다. 전해 듣는데도 서로의 감정선이 끝을 보이지 않고 달렸음이 느껴져 안타깝다.
이 임대인의 입장만 들어봐선 상대방은 정말 나쁜 놈 몹쓸 놈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여든이 다 되신 어머니 같은 어르신께 쌍욕을 서슴없이 퍼부었다는 거다. 임차인의 이야기를 또 들어봐야 알 텐데... 두 사람의 상황을 모두 들어봐야 잘잘못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쪽 편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임대인의 이야기가 백번 옳다. 상대편도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놨을 때 100번 옳다고 했을 테고. 내가 그 일의 현장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둘의 이야기만 듣고서만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지금은 한쪽 이야기만 듣고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다만, 밤잠을 못 주무시고 울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쫓아오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도 도움이 될 것이기에. 얘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입장을 정리하고, 맘 자리가 난다면 임차인의 입장을 한 번쯤 떠올리는 것만도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싶은 것이다.
중개사 일을 하면서 습관이 하나 새로 생겼다면 이전에는 내가 더 친하게 지내거나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 옆에 서서 편을 들거나 거들었을 거다. 지금은 쏟아 부듯 이야기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긴 한다. ‘당신 말이 더 옳습니다.’는 말로 편안함을 줄 수 없는 거다.
대개 다른 이에게 얘길 내뱉다 보면 답은 본인이 더 잘 알고, 감정 뒤틀림으로 한 순간 끓어올랐던 맘도 이야기를 하면서 맘 정리하는 걸 많이 보아왔기에.
매도인과 매수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매끄럽고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어서 각자의 입장을 토로할 때면 중개를 하는 역할이 중심을 잘 잡고 일을 풀어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거다. 대개 갈등의 원인을 보노라면 큰일에서 일어나기보다 미묘한 감정선을 건드려 자존심이 상처 받았다고 느껴질 때 누구든 평소 가지던 절제와 균형은 어디로 가 버리고, 돌아올 수 없는 강까지 가버리고 막대 먹은 모양까지 가 있게 되는 거다.
평소엔 모두들 허허하며 좋은 사람들이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금전적인 손해가 간다고 생각될 땐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는 거다. 어제까지 서로 웃으며 지내던 사람이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한마디도 서로 참지 않고, 쌍욕까지 등장해 버렸다는 상황을 듣고 있는 내 맘도 편치 않다.
임대 인분은 직접 개입해서 대면하면 싸우기만 할 거 같다며 중개사가 들어가길 원하신다. 지금 새로 들어가실 임차인 분이라면 모를까. 현재 살고 계신 임차인 분께는 무슨 권한으로 따따부따 들어가서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좋든 싫든 임대인 분과 임차인 분이 풀어야 할 숙제인 거다. 서로 쉼 호흡 크게 한 번 하고 한 발짝 물러나서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