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

by 서비휘

맘과 가슴 챙김의 구절을 읽으며 눈물을 짜내고 말았다. 낮 동안의 일은 다 잊은 줄 알았다. 다 덮고 없던 일처럼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거다.


현재 살고 있는 임차인과 임대인과의 얽힌 관계를.

“집에 사람이 해결했어야 할 일이야. 중개사가 그런 것도 안 하고 돈 받아가는 거야?”

“현재 살고 계신 임차인 분께는 저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답니다.”

“그럼 하는 일이 뭔데? 그까잇 계약서 쓰는 일이 다야?”

“새로 들어가실 임차인 분과 사모님과의 일은 저희가 하지만, 살고 계신 임차 인분께 전화해서 붙박이장을 떼 갈 거냐? 몇 시에 이사 나갈 예정 등은 사모님께서 알아봐 주시는 겁니다.”

말도 섞기 싫은 사람한테 왜 물어보라는 거냐며 소리를 빡 질렀다. 그러기에 평소에 잘 지내셨어야죠. 하고 싶었다.


‘다시는 너희랑은 거래 따윈 안 해. 우리 집 월세 나오면 너네한테 내놓나 봐라. 그런 선언이 들어가 있을 법한 목소리 톤으로 사납게 내질렀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끊어라며 전화는 끊겼다.

이럴 때 담배 필 줄 아는 사람은 한 대 무는 것인가. 담배도 커피도 마실 줄 모르는 나는 어떻게 하지. 곧바로 전화 걸려온 사람은 그 임대인의 다른 층의 방이 나온 걸 보고 싶단다.

‘아~ 눈치도 없는 사람.’

좀 전에 분한 목소리 톤이 생각나 전화기를 들다 말고 내려놓았다. 이어 내 옆에서 들리는 소리

“그렇다고 거래 안 합니까. 그런 일이 한 둘입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알고 보면 아무 감정 없습니다.”

“........”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좀 전에 있었던 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치미를 뚝 뗄 모양새가 한없이 작아 보였다.

몇 번의 벨이 울리는데 받지 않으신다. 이때다 싶어 얼른 끊을라 할 때 목소리가 낮게 들린다. 소란이 있는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방 말고 다른 방을 보러 가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대면하기 싫은 맘은 임대인 분의 맘과 같을 거다. 아까 소리 지른 것은 미안하다고 하셨다. 떨떠름한 관계인 채로 방은 보여드렸다.


얼른 주인이 나타나 그 방을 계속 보여주러 안 가면 좋을 텐데... 내 바람과는 다르게 이사를 나가고 비어 있는데, 우리든 다른 부동산이든 쉽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퇴근할 때도 그 맘이 남았는지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의 몸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순간을 보게 되었으니. 단순한 나는 낮 동안의 일 따윈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날려버렸다.

3월, 기다림의 계절이다.

기다림은 설렘이고, 희망 차오름이고, 떨림이다.

5분이 50분 같은

한 발 한 발

가까워온다.

그녀가 내 가까이로

양 손의 살폿 감싸 안은 장미꽃 한 송이에

내 맘 그녀 맘에 콕 파고들기를.


우울한 맘 살짝 미소 띠며 걷게 해 준 그 청년의 사랑 꼭 이루시라는 맘 날리며 가벼운 걸음 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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