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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pr 21. 2021

부자는 아무나 되나

돈 부자 맘 부자 조화로운 사람이 최고 부자이거늘.

“자전거 타고 하루 온종일 땀 삐질삐질 흘리며 돈 벌러 다니는 의미가 있을까요?”

겨울 추위 끝자락일 때 자전거 한 대 구입했다며 막힌 길 좁은 길도 쌔앵~ 잘 다닐 수 있다 했다. 새 전기자전거라며 아이처럼 신나던  사람이지 않던가.  1년이 된 것도 반년이 된 것도 아닌 지금 와서  무슨  얘긴가 싶었다.


 일의 특성상 우리 구 주변 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면 좀 추울까(?)  오돌돌 떠는 손이 시려 보였다. 자전거 몇 달 타고 다니면 차에 들어가는 기름 값 아끼게 될 테고, 새 자전거 값은 충분히 나올 거라며 더없이 기뻐했었다.


8살 5살 두 아들을 둔 30대 후반인 젊은 사람. 대견하고 알뜰해 맘으로 응원하고 있다. 생각보다 아이들 밑에 돈이 많이 든다며 아끼고 더 많이 벌어야 함을 늘 강조했었다. 경제적 부에 관심도 많아 공부와 촉으로 받은 느낌으로 이것저것이 좋다며 툭툭 던지기도 잘했다.

받을 바구니 받아들일 맘 바구니 하나 준비했어도 부동산도 받고 동산도 받았을 텐데... 종잣돈이라는 그릇을 못 받치니 그냥 툭툭 떨어져 땅바닥에 달라붙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새 자전거 샀을 때의 기상은 어디 가고 저런 푸념 섞이고 기운 빠진 소리 나올까 싶어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비트코인을 했어야 했어요.”

‘아~ 코인 이야기 주위 친분 있는 누군가 대박이 났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친한 친구가 얼마 할 때 산 것이 지금 10배가 올라 금 방석에 앉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한 푼이라도 아껴 보려고 자전거 사서 오돌돌 떨고 다닌 자신이 한없이 작고 어리석어 보여 의욕이 안 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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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해 줄 말이 없었다. 그 맘이 어떨지 너무도 잘 알기에 불과 일주 일 전에 느꼈던 내 맘과 똑같기에 스스로 다음 말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사실 모르는 이는 복권에 얼마가 당첨이 되든 부동산 투자를 잘해 수백억을 벌든 마음의 동요가 잘 일지 않는다. 가까이 잘 알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평생 땀 흘려 벌 수 있는 근로소득 능가할 만큼 벌었다고 하면 한 순간 기운이 쭉 빠지는 경험 나도 했던지라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누군가 그만큼 버는 만큼 잃는 이도 있을 수 있다는 제로섬 게임 일거라 생각하면서 경마 등 한 방에 터져 부자가 될 수 있는 곳에 미련이 아직 남은 듯하다. 자전거 바퀴 굴리며 온 사무실을 헤집고 다녀도 큰돈을 언제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당장 부수고 싶은 마음이란 거다.


본인 촉이 있거나 돈이 있다고 다 긁어모으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돈을 품에 안 듯 버는 것도 재주가 있어야 가능한 일. 운이 따라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테고.


큰돈은 억지로 버는 게 아닌 거 같아 우리 생긴 대로 벌기로 했다고.  그렇게 맘먹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해주었다.  

   

꽁꽁 싸매고 드러눕는다고 돈이 굴러오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 팡팡 샘솟는다면 모를까.

송충이 솔잎을 먹고 누에고치 뽕잎을 먹듯 자기 몸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을 거다.


가치와 의미 있는 일로 문어발처럼 전 방위적으로 발 뻗어 돈 버는 사람들 부럽고, 한 방에 돈 버는 사람들 예전엔 피폐한 삶이 될 수 있다 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건지.    


젊은 애기 아빠 자전거 타고 다니며 일한 만큼 돈이 데굴데굴 뭉쳐와 축 처진 어깨 치켜 올라갈 날 왔으면 좋으련만, 오기나 할까 싶어 내 마음도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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