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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pr 28. 2021

숨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툭!! 발코니 쪽의 갑작스러운 소리로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밧줄 두 줄이 늘어진다.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온 것처럼 흔들흔들거리기까지 하다.  잠시  후  작업자의  두 발이 유리벽에 고정되었다.


며칠 전, 아파트 외벽공사로 갈라지거나 금이 가 있는 부분 메꾸는 작업이 있었다.

그 후 며칠간 말리는 시간이 필요했는지 작업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러 날 말리는 게 끝났는지 아침 일찍 준비과정이 진행되는 듯했다.      

   

1층 출입문을 나서다 마침 밧줄 타고 땅에 발을 내딛는 분과  마주쳤다. 스파이더맨처럼 눈만 내놓고 온 몸이 가려진 분. 저 높은 곳에서 주르륵 타고 내려오기만 해도 후들후들인데, 무거운 페인 통까지 매달고 칠하면서 내려오려면 무섭지 않냐고? 말 떨어지자 곧 답이 돌아왔다.


“항상 두렵고 무섭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저런 대답을 들으니 내 맘도 쿵 내려앉았다. 단단해서 줄이 끊어질 염려는 잘 없단다. 긴 장대 롤러로 칠하다 넓적 붓으로 바꿔가며 해야 하고 줄 조절도 하다 보니 가끔씩 실수가 일어나고 불안과 걱정은 늘 있으시다는거다. 마주 보고 얘기했던 이의 얼굴이 스물 대 여섯 살쯤 애기 애기로 보였다. 아들 또래라 길을 걷는데 말할 때의 모습이 떠올라 맘이 짠해졌다. 무조건 마무리될 때까지 안전하게 잘 마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온 산과 마을이 봄빛으로 물드는 동안 건물도 새 옷으로 갈아입는 시기인가. 도로변 상가 하나가 진보랏빛 변신 중이다. 커피숍이 될 거라는데 주인장이 어떤 사람일지 눈앞에 그려졌다. 가끔 tv에 나오는 이들 중 집 안 전체를 보랏빛으로 바꾸고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평범치 않은 사람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라 저렇게 화이트가 아니어도 살 수 있구나 싶었다.     


길가의 수많은 상가들 중 진보라색으로 전체 외관 콘셉은 처음이라 눈이 더 갔다. 오래된 동네 건물 상가 많은 동네에 진보라 콘셉 잡기 쉽지 않았을 텐데... 모험심, 도전의식 있을 것 같은 주인장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단 생각을 잠시 하며. 커피 좋아하는 그이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맘으로 예약하며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상가 작업하시는 분 고개를 뒤로 계속 젖힌 채 롤러로 밀고 또 밀고 계신다. 색감이 예뻐 걸음을 떼놓지 못하고 잠시 서성이며 칠하는 걸 바라봤다. 한동안 칠하더니 팔이 아프신지 하던 일 내려놓고 어깨 크게 돌리고 계신 뒤로 발걸음을 떼놓았다. 2~3일 후면 누군가의 노력이 담긴 예쁜 커피숍이 탄생할 테다. 밤낮 고민하고 알아보고 정성 기울인 만큼 많은 사람 찾는 카페 되길.

  

몇 걸음 떼놓자 휴대폰 가게 1년 사이 몇 번의 인테리어가 있었고 지금도 같은 업종 일지 다른 업종 일지 모를 인테리어 중이다. 돈 들여서 바꾸고 야심 차게 꾸민 만큼  장사가 잘 돼서 처음 맘먹은 도전이 흐지부지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맘먹은 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각자의 숙제이다. 신중하게 택했을 텐데... 그럼에도 바뀔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보인다.    


덩어리가 큰 우리 아파트 단장하는데, 더 많은 시일이 걸릴 테다. 내부가 오래된 아파트 겉모양 달라진다고 뭐 그리 달라질까 했다.

돈 들이니 조금씩 탈바꿈되어 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두덕두덕 바람에 실려 온 먼지로 꾀쬐쬐했던 모습이 환해졌다. 밝아졌다. 신수가 훤해졌다.앞 발코니 얼룩진 큰 창이 없었다면 새 아파트 입주한 걸로 착각할 정도.     

깨끗하고 시원하고 깔끔하고 좋아 보인다는 것 누군가의 목숨 건 수고로움이 있다는 거까지 생각지 못했던 나날. 이제부터라도 변신한 아파트 많이 바라봐 줄게. 눈여겨 봐 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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