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잠 깨우는 소리
​ 꽤애액

오늘이 있기까지 당신의 수고로움이

by 서비휘

매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다.

새벽 5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한 뼘 거리에 누워있는 그이가 일어나는 기척도 모르고 잠에 깊이 빠져 있다.


어디선가 씻는 물소리가 아스라이 들릴 즈음, 내 몸은 조금씩 깨어난다.

꿈인가 싶어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순간,

양치하면서 돼지 목 따는 듯 꽥꽥거리는 소리에 확 잠이 깨는 거다.


밤사이 몸과 이불의 마찰로 기분 좋은 몸 온도의 이불속 동굴.

몸뚱아리 일으킬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래,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어! 늦잠 아닌 아침잠을 좀 더 자는 건 당연하지!.’

나와 그림자처럼 딱 달라붙어 있을 또 다른 내가 어지럽게 좋다 싫다로 널뛰기하고 있다.

일어나! 말어! 일어나!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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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벌떡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 있다.

‘소리 죽여 현관문을 열고 어둠 뚫고 새벽을 가르며 길을 나설 뒷모습이 그려질 때.’

잠이 확 달아나 버린다.


뜨뜻한 국물 간단히 끓이고, 두부 부쳐 양념장에 곁들이고 오뎅 볶음 해 놓고

한 숟갈 뜨는 밥 챙기고 싶은 거다.

빈속으로 어둠 속에 녹아있는 찬 공기를 가를 때와 밥한 술 국 한술 뜨고 집을 나섰을 때,

찬 공기가 몸을 휘감아도 어깨 펴짐이 저절로 될 거란 생각이 든 건 오래되지 않았다.


그이의 출근 시간은 늘 새벽 6시를 넘기지 않았다.

회사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10분 거리에 있을 때도, 40분이 족히 걸리는 지금까지 27년을 진행 중에 있는 거다.

그 꾸준함과 성실함을 앞 집이나 옆 집사는 어르신들이 알아봐 주셨다.

그이의 출근 시간과 옆 집 어르신의 운동 시간이 맞물리면서 간간히 보셨나 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끔씩 나를 마주할 때면

“그 집 젊은 양반, 내 아들 뻘인데, 참 성실한 사람 이유~~!”

“아~ 네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운동에 나서는 자신의 부지런함 이상이라시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셨다.


자기 아들 뻘이라 눈이 더 갔을 수도 있고, 아무 관련 없어도 자기보다 젊은 청년이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는 그 모습이 그냥 그냥 좋아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어

웃음 섞인 대답과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전한다.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경상도 사나이라 살면서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한 집안의 맏이와 두 아이의 아비, 그리고 남편으로의 책임감. 성실함. 꾸준함으로

똘똘 뭉쳐놓은 사람.

전날 회식이 있어 새벽이 동틀 정도의 이른 귀가에도 그이를 흔들어 깨운 적은 시계가 멈췄을 때(?)

정도이니 다섯 손가락 안이지 싶다.

참 성실하단 얘길 주위 사람들한테 들을라 치면 정작 본인은 자신을 너무 옭아맸다며 기계 같은 삶인 거 같아

못마땅해한다.

시집갈 때 다 된 딸냄은 무슨 재미로 아빠랑 사느냐며 엄마 눈에 씌인 콩 까풀을 벗겨주고 싶달 땐 언제고,

아빠 같은 사람 있으면 당장 시집갈 거란다. 엄만 복 받은 사람이라고 까지 하니 그이가 산 삶이 본인은 무겁고 힘겨울지 몰라도 잘 산 인생이다 싶다.


주말 아침, 한 그릇 거뜬히 비워내는 그이가 출근하는 평일의 새벽밥은 두 세 숟갈 뜨는 게 전부다.

그러니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 '이걸 줘야 돼, 말아야 돼?' 고민도 했다.

몸도 마음도 편할 거 같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밤잠을 설친 날은 더더욱 아침밥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편치 않은 마음에 토스트나 빵을 사놓기도 했다.

빵돌이라 할 정도로 빵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이틀 연속 아침밥으로 빵을 먹는 것이 쉽지 않은 나이인가.

이른 새벽 시간 빵 한 조각 먹는 것도 한 번 정도로 끝나버렸다.


아침밥을 먹다 말 다한 어느 해, 우리 가족이 오래 살다 떠나왔던 울산으로

그이 혼자 1년 간 파견을 갔다.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왔다가 장거리 통행의 피곤을 안고 또 내려가곤 했다.

가만히 꼼짝없이 그 의자 속에 꽁꽁 묶인 채

때론 운전을 하며 오르내리는 건 쉽지 않았을 터다.

그 이가 주말에 와도 특별한 반찬을 해내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 해 내고 내 한 몸 겨우 건사할 에너지 5만큼 주어진 사람이라

식구들 일주일 입었던 옷 빨아 내다 널고 내 몸 뚱아리 더운 탕 속에 담갔다

때 빡빡 밀고 나와 이불 위에 던져지듯 널려있다 보면 자체 충전이 되는 거다.

그러다 그이 내려갈 시간에야 뒷모습이 애잔하고 짠하게 느껴져 담 주를 기약하다

1여 년의 시간이 지난 듯하다.


그때의 미안함이 남아서인가(?)

서울로 복귀된 다음 날부터 새벽 밥상은 계속되었다.

처음 며칠간 먹지도 않을 밥을 준다느니 속이 부대껴서 못 먹겠다느니

온갖 툴툴함을 내뱉었다.


‘새벽부터 내놓는 반찬에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이지 않고

이 시간 일어나 주는 것만도 어디야, 그 맘이 전해진 건가.’

맘 한 켠엔 새벽길 나서는 그이의 뱃속을 든든하게 하여

어깨에 힘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으니......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없는 반찬이지만 차려내지 않으면 이상하고 허전하다.

어쩌다 밥이 똑 떨어져 못 주는 날엔 미안함에 괜히 방바닥을 긁고 있는 내가 보인다.


오늘도 여전히 갈등하고 고민 고민하다 결국엔 벌떡 일어났다.

새벽 밥상은 지난 주말 텃밭에서 똑똑 따온 아욱국과

시어머니께서 손수 길러 보내주신 택배 상자에 장시간 타고 온 호박을 송송 채 썰어

데쳐 나온 호박나물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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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다듬어 넣어주신 쪽파 동글동글 썰어 넣고, 계란 두 개 풀어 숟가락으로

힘차게 휘져 지글지글 계란말이까지 곁들이면 진수성찬이 되는 거지.


그이가 식구들 떼거리 안 굶기려 어둠 가르고 나서는 길

어깨 쭉 펴고 소리 나지 않는 발걸음 통통통 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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