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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n 09. 2021

똑같은  반찬  그만  먹고  싶다!

튀김은  앞으로 사 먹는 걸로.

“아, 똑같은 반찬 그만 먹고 싶다.”

하루 종일 외출했다 저녁 늦게 돌아오니 점심도 저녁도 같은 반찬을 먹었다며 다음 날, 아들은 그 좋아하던 고기도 그만 구워 먹고 싶다는 거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연한 열무김치만으로 슥슥 비벼먹는 따닝이고 아드닝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욕심 많은 부모의 바람처럼. 이 동네로 이사 온 이상 애초부터 글렀다고 봐야 했다.    


나무 담 하나 지나면 드넓은 대학교 운동장이 있는 마을. 집만 나서면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의 맛집으로 쭈욱 늘어서 있는 동네다. 손쉽게 배달 또한 입맛대로 골라 골라 시켜먹을 수 있으니. 심심한 맛에 자극적이지 않고 똑 쏘지도 않는 에미의 반찬은 늘 뒷전으로. 어쩌다 맘 내어 먹어주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아랑곳 않고 근처에 있는 도깨비 시장을 향했다. 재료 사다 손으로 뭐든 해 먹이고 싶어서. 도깨비 시장이란 이름만 보면 잠시 잠깐 열렸다 닫힐 거 같은데, 우리 동네 고정적 상시적으로 열리는 시장이다.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와 과일 등 없는 빼고 다 있는 도깨비시장. 시장 중간쯤 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해산물 코너에 꼭 들르게 된다.   

 

“엄마, 엄마~ 새우 30마리 만원, 엄마 엄마~ 속초 생물 오징어 4마리 만원. 전복 10마리 만 오천 원”

젊은  청년 서 넛이  외치는 소리가  시장전체   활기로  가득찬다.


지나가던 사람 싱싱해 보여 관심 보이는 얼굴빛이라도 비칠라치면 나이 상관없이 엄마, 엄마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엄마 나이의 사람들이 장을 보러 나오다 보니. 위, 아래 엄마라고 불리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묻어가서 좋은 사람도 있을 터.    


집에서 튀김을 해 먹는다는 건 뒷감당을 생각해야 한다. 색다른 걸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튀김 메뉴까지. 온 사방 튄 기름으로 주변이 미끌거리는 것도 남은 기름 처치하고 밀가루나 반죽 남은 것도 깔끔한 처리가 필요하다.     

아드닝은

“그냥 튀김 사 먹고 말죠. 일이 많을 거 같은데요.”

했지만, 직접 해주고 싶은 마음이 발동한 뒤.

‘아직 엄마의 손맛은 건재 하노라!’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엄마라고 부르는 해산물 코너에서 오징어와 새우튀김 할 싱싱한 재료를 샀다.

오징어 손질은 금방 가능한데, 새우 까는 것은 한참 걸렸다. 슬슬

‘걍 적게 먹더라도 사다 먹거나 주문해서 먹는 게 나았던 거야.’

생각에 이르렀고 누가 까 줄 사람 없나 두리번거렸지만 손 벌릴 곳이 아무 데도 없다.    


한 마리 한 마리 새우 까는데, 많이 주는 양을 바라고 괜히 재래시장까지 왔나 싶었다.  그나마 쉬운 오징어 손질에 다행으로 여기며 잘 씻어 건져두고.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청양고추까지 쫑쫑 썰어 튀김 반죽에 넣어 저어주었다. 잠시 뒤 반죽에 가만히 붙어 매콤한 맛을 내 줄 거란  고추를 누가 볼까 무섭다. 아뿔싸! 청양고추만 동동 따로 떨어져 새까맣게 튀겨지고 있는 게 아닌가. 아공, 신혼도 아니고 주부 경력이 얼만데...    


아무리 집에서 튀김을 안 해 먹고 명절 때나 제사 때 튀김 담당은 동서가 하기로서니.   

 

아드닝한테 맛있는 걸 해주려는 맘만 기특해하는 걸로.  튀길 일 없는 튀김 반죽 농도도 안 맞나 보다. 두툼한 옷이 입혀졌다. 요리조리 뒤집어가며 지글지글 겨울 외투 입은 새우를 지져내듯 튀겨냈다.    


한 접시 먼저 내가고 나니 조금 감이 왔다. 두 번째는 모양새는 없어도 튀김옷이 얇아졌다.

이 때다 싶었는지,    


“어머니, 저는 새우 빵인 줄 알았어요. 껍질이 어찌나 도톰하고 폭신한지 3개 먹었는데, 벌써 배 불러요. 제대로 된 두 번째 튀김 없었다면 계속 고민만 했을 거예요. 어머니께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민망하고 무안해서 웃음만 팡 터져 나왔다. 부침개는 잘하는데, 튀김은 왜 그런 거지.

앞으로 튀김은 사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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