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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n 19. 2021

잔소리 대마왕은 나?

하는 말이 다 잔소리라니, 나 참!!

하필이면 겨드랑이 바깥쪽이다. 

찌릿찌릿 욱신욱신하게 아픈 거 같아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손이 저절로 갔다. 손이 닿자 성이 난 듯 볼록한 게 만져지며 아프다. 살을 비틀어 짜고 고개 또한 사선으로 비틀어 내려다봤다. 혼자 짜내기 곤란한 자리에 피지가 손독이 올라 고름이 자리를 잡았다.


대충 짜냈다간 또다시 곪을 수 있다. 이럴 땐 울 따닝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짜낼 때 아플 것이 미리 짐작되어 오만상을 찌푸리며 따닝 방에 들어가야 하는데...


‘오냐, 잘 걸렸다. 이때다! 그동안 잔소리 대마왕의 말을 듣느라 힘들었는데, 복수를 저절로 갚을 날이 왔군.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런 표정 지어 보일 것이다.


울 따닝은 내가 손 닿지 않는 곳에 종기가 나서 짜 달라고 할 때면

“그러니까 누가 잔소리 하래? 잔소리를 하니까 이런 게 생기는 거야.” 

그러면서 속에 있던 감정까지 실어 꾸욱 눌러대는 거 같다. 살짝 눌러도 될 것을 몇 배 더 힘을 주니 아픔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따닝의 눈치를 살피며 들어갔다. 왜 들어왔는지 단박에 알아챈다.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짜내기 좋을 자세를 취하고 누웠다. 따닝은 면봉 2개를 들고 배시시 웃으며 비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잔뜩 졸아 있는 나는 무방비 대응으로 따닝의 있는 힘을 다해 짜내도 받아내야 한다. 


잔소리 들을 때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그동안 스트레스 해소를 풀어내듯 힘껏 누른다.

“아야!!”

“아직이야, 가만있어 봐.”

아래 윗니를 꽉 깨물었다. 따닝이 짜내는 힘에 아픔을 덜 느끼기 위해 온 몸의 세포에 힘을 가득 준 게 나 스스로가 느껴진다. 드디어 알갱이가 나왔다는 신호를 받고  여드름 밴드까지 붙여주면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난다.


“좋겠다, 따닝은. 스트레스 쌓일 만하면 등 여드름이든 종기가 나서 따닝 손을 빌려야 하니...”

“그러게 누가 잔소리 하래?”

“엄마가 하는 말이 뭐가 잔소리야?”

“다~ 다.”


어린애도 아닌데, 하는 말 모두 다란다. 울 따닝이 더 예뿌고 더 멋지고 더 야무졌으면 하고 바라면서 하는 말 모두가 잔소리라는 거다.


‘입을 다물고 살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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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일 끝나고 대학 친구 넷이 3박 4일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며 아침 출근할 때 작은 여행가방 들고 나간 것이 생각났다.  운전 잘하는 친구가 차를 몰고 간다고 하니 또 걱정 한 바가지다.

금요일 저녁 늦은 밤까지 장거리 운전도 해야 할 테고, 부산 가서 여기저기 다니느라 차를 몰 텐데. 모여서 술이라도 먹으면 다음 날이 피곤해지지 않을까 하는.


휴대폰 갤러리를 보다 예전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럴 때도 있었다며 사진과 함께 한 마디 덧붙여 보냈더니.


[짜줬더니 

잔소리]


무슨 말인지 알아채고 바로 깨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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