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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n 23. 2021

이게 그렇게 기쁠 일이야!

챙김 받는 건 사랑의또 다른이름

낮동안의 뜨거움이 더해진다. 여름이 태양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나. 피부에 와닿는 빛의 온도도 높아지고 있어 따뜻함을 너머 데이겠다.


이른 아침, 걷는 길 위 마지막 지점에서 몰래 내리쬐는 빛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그들을 보았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처럼. 햇빛과 자두, 햇빛과 복숭아, 햇빛과 배, 그리고 햇빛과 옥수수수염까지. 

그들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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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서 구름 예쁜 하늘이 심상찮다. 먹구름 사이 천둥 번개가 번쩍 하기도 했다. 이틀 잘 참았으니 비를 뿌릴 때가 된 건가. 요동치는 하늘빛의 빠른 변화에 앞 발코니 뒷 발코니를 바쁘게 오가며 순식간에 변화를 거듭하는 그림 감상을 했다. 

하늘이라는 커다란 화지에 천둥번개가 붓이 되어 그려내는 색채감처럼 감탄을 혼자 쏟아내는 모습이라니.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이가 옆에 있었더라면 

‘으음... 저 여자 또 도졌군!’ 

생각했을지 모른다.


바람까지 가세했다. 바람소리가 세차다. 놀이터 근처 나무들 이파리 부딪치는 게 14층까지 올라온다. 먹구름은 좀 더 가까이 내려와 있다. 아무래도 한 줄기 쏟아낼 거 같은데....



저녁 7시. 앞 발코니서 바람소리 촬영 중 그이가 들어섰다.

“바람 소리 하도 커서 내다보고 있었어. 비 안 온대?”

분명 기온의 변화에 민감한 디지털 남자 찾아보았을 테다.

“비 안 온대.” 

딱 잘라 말하듯 했다.


“투둑 투둑 후두둑!!”

어 이게 무슨 소리? 오는 동안 비가 안 왔고, 비 온다는 소식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인데... 

이때다. 맨날 나보다 더 낫다며 놀린 걸 복수해 줄 때다.

“쉬리도 아리도 틀릴 때가 있네. ㅋㅋㅋ”

그나저나 기막힌 타이밍에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이 남자 들어왔다. 비가 온다 했어도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리는 시늉을 하며 뛰어들어 왔을 거다.


울 따닝도 퇴근해서 들어올 시간인데, 지하철역에 내려 볼 일 보고 온다는 연락이 있었기에. 벌써 목적지에 도착해 비를 용케 피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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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주메뉴 감자볶음으로  밥을 먹고 있는데, 따닝의 전화다.

“엄마, 비 오는데... 지금 공릉역”

밥숟갈 뜨다 말고 얼른 우산을 챙겨 나서는데, 설레는 이 맘은 무엇?


일 다니느라 오늘같이 갑자기 비 오는 날, 학교 대문 앞 한 번 기다리지 못한 미안함이 양 떼처럼 몰려오며 그때로 되돌아간 듯. 우산 한 번 가져다주지 못한 미안함을 갚기라도 하듯 총알같이 뛰쳐나가는데, 초등생의 엄마로 되돌아간 듯 발걸음이 가벼운 거다. 


그 당시 울 따닝 비 맞고 집에 왔을 텐데... 맘 아프고, 부러웠던 기억은 없었는지 물어보진 않았다. 


시집가기 전 같이 사는 동안, 준비성 철저한 따닝이지만, 오늘같이 쉬리도 아리도 알지 못하게 갑자기 비 쏟아질 땐 엄마가 우산 들고 나가주련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커 주어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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