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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n 27. 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를 보고

울 가족 최애 드라마!!

“엄마, 엄마 가을 우체국 앞에서 노래 나왔어~~”

잠시 쉬게 되었던 강제 휴식이 끝나고 새로 일이 시작된 목요일. 저녁밥을 먹곤 쓰러지다시피 잠자리에 들어 혼수상태인 나에게 한 말이란다. 대답으로

 "어어~!" 했다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긴장도 했을 테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에게 적응하느라 완전 기절 모드. 울 따닝은 본방사수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다가 아는 노래가 그것도 엄마가 한 때 푹 빠져 들었던 멜로디에 흥분이 된 상태. 내가 평소 선잠 든 것처럼 반 수면상태라 생각했나 보다.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걸어온 모양인데, 아득하게 뭔 말을 한 거 같은데 전혀 모르겠는 거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하던 따닝은 답을 듣고 싶었는지 그 얘길 또 해 온다.

2탄 2회 차 슬의생 이야기의 전반적인 내용은 맘이 많이 아팠다며 거기서 윤도현이 부르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릴 때도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멤버들의 반주와 함께 김대명이 부를 때도 그렇게 슬픈 노랜 줄 몰랐단다.  


우리 집 식구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드라마를 기다릴 정도로 지극한 극성팬들이 모여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그이까지 1탄이 정말 재밌었다며 2탄을 어렸을 때 소풍 날짜 접어나가듯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더랬다.


울 따닝은 봤던 걸 보고 또 봐도 재미있다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볼 수 있단다. 이번 2탄 2회 차를 보며 어디서 많이 듣던 멜로디에 고개를 갸우뚱하다 엄마가 즐겨 듣고 좋아했던 걸 기억해내곤 반가웠나 보다. 혼수상태로 곯아떨어진 엄마 옆에서 호들갑을 떤 걸 보면.


어느 해였나. 비긴 어게인에 나온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듣곤 노랫말에 꽂혔다. 울따닝에게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 달랬다. 아침 작업하며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노랫말과 멜로디에 다시 일어서고 일어날 힘을 얻었던 노래였다.


아름다운 노랫말과 윤도현의 맘을 후비듯 깊은 내면의 소리 담아내듯 노래가 좋아 듣고 또 들었던 터. 슬생에 나오는 김대명 씨는 극 중의 슬픈 사연에 어울리게 담담한 듯 담백하게 불러주었다. 맘 차분히 가라앉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노랫말. 노래를 들으며 자기 생각에 빠져도 좋고 작업하며 무한반복으로 들어도 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   - 노래: 윤도현. 김대명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날 저물도록 몰랐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이 노랫말이 맘에 훅 들어와 맘속에 자리 잡았더랬다.


한 생명이 태어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힘들지 않나. 나도 그랬을 테고, 아이들도 자기 혼자 다 큰 거처럼 우쭐대지만, 홀로 서서 앞가림해 나갈 때까지 손길은 무한정 필요한 거다. 씻기도 닦이고 먹이는 것도, 아플 때 옆에서 간호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도 많았던.

사춘기 때는 또 어떤까. 눈물 없인 아이를 키워내기 쉽지 않을 거 같을 정도로 맘 아픈 날도 많았다.


주말농장 작은 씨앗 하나만 봐도 심어놓고 방치한 밭은 다른 천적들에 묻혀 살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관심으로 물 주고 지지대 세워 손길 준 녀석들, 단단한 줄기와 잎 뻗어 올려 튼실한 열매와 수확물로 보답하고 다음 세대 이어갈 종자도 안겨주는.


작사, 작곡을 한 이들. 어쩜 저런 표현을 해 내는 것일까. 듣는 이들에게 삶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게 해주는 그 무언의 힘.


슬의 생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람과 부대끼며 겪는 고통, 욕망, 거만스러움을 위로, 공감, 감사로 단단하게 꼬인 맘 벽을 훅 무너뜨리는. 결국엔 사랑으로 승화해 나가는 슬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생명존중의 이야기를 매회 스토리 중심으로 이어가는.


산부인과 교과서의 첫 장에 이런 글이 있다고 한 것처럼.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불행도 행운도 모두 삶의 일부분이다. 모든 상황에서 그걸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우리 사는 사람들 속에서 주고받는 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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