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Jul 03. 2021

작은 씨앗이 말한다. 삶은 나눌 때  커진다고

7월이다! 나눠먹는 즐거움이 있는.

오후부터 큰 비가 올 거라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 이 비는 장마의 시작점이 될 거라는 소식과 함께. 주말농장에서 여러 생물을 키우고  있는 그이는 전문적으로 농사짓는 사람만큼 일기예보에 관심이 많다.


주말인 토요일에 방문만 가능하니 비 안 오는 주중 땡볕에서 말라비틀어지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 줄기가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그럴 거다.


 4년 차 주말 농부 그이의 염려를 눈치채셨나. 올해는 물조리개로 물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도 쑥쑥 잘 키우고 있는 거다.


아침 일찍 햇볕 쨍쨍이라 목말라하겠다 걱정할라치면 늦은 오후 천둥번개 동반해서 비 뿌리고 금방 뚝 그치기를 반복하니. 정확히 재보지 않아도 하루 걸러 비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햇볕은 뜨거웠고 비는 잦게 내렸고 또 내릴 예정.


그이는 물뿌리개에 물을 길어다 주는 것이 큰일이라고 물탱크가 설치된 바로 옆 텃밭 자리를 분양받았다. 물 담아 나르지 않고 호수 입구만 손가락으로 반쯤 가린 채 쏘아주면 싱그럽고 촉촉하게 젖게 해 줄 심산이었을 터. 어찌 된 게 호수 한 번 신나게 쏘아보지 못하고 봄에 심은 수확물 중 하나인 감자를 캐야 할 시기가 된 거다.


연보라꽃, 하얀 꽃과 더불어 싱싱한 잎줄기를 마구 피워 올리더니

어느 사이 잎들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뿌리채소인 감자를 알알이 잘 키워냈으니 캐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중.

한 주 더 두면 감자알이 더 여물고 실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장마가 시작되면 캐 주지 않은 감자가 땅 속에서 썩어 문드러진다는 거다.


이른 아침 일찍 텃밭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차들이 네 대나 먼저 와 있어 깜짝 놀랐다. 다들 다 키운 감자에 장마를 맞닥뜨리게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새벽같이 움직였을 터. 한 주 더 두면 씨알이 굵어지고 더 여물어질 거란 생각은 착각에 불과한 거. 심어야 할 때와 수확할 시기적절하게 해 줘야 한다는 걸 경험해보고서야 더 알게 된 거다.


텃밭 이웃분들은 잘 키운 자식 자랑하듯 고랑 위에 감자들을 쭈욱 늘여 놓으셨다.

1년 차, 4년 차, 고수 분들 감자 씨알 크기가 다 달랐다. 그래도 모두 모두 대만족 함박웃음 텃밭 가득 스미는 시간. 우리는 4년 차만큼의 대용량 수확량이다.


작은 씨앗이나 모종, 씨감자가 천배 만 배로 불어난 수확량. 농사법을 잘 알려주신 농장주인 분께 감자와 맷돌 호박 듬뿍 나눠드리고, 나오다가 호박 농사 안 지으신 분께도 드렸다. 아파트 앞에 도착하니 재활용 분리수거하시는 분이 계신다. 얼굴도 처음 뵈었지만, 수확물이라며 감자와 호박을 나눠드렸다.


우리 집에 도착한 작은 맷돌호박 3개와 호박이파리.

“누가 보면 농사를 직접 지은 줄 알겠네.ㅋㅋㅋ”

그이가 매 주 가서 씨앗, 모종 심어 풀 뽑고 지지대 세워주며 묶어주고 땅 뒤집어 튼실하게 키운 녀석들 인심은 내가 다 쓰고 왔다.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이도 싱글벙글.

그분들은 다 알고 계실 터. 농사지은 이가 누구라는 것을.


주말 농장 따라가면 둘러보는 것만도 맘이 넓고 깊고 풍성해진다. 아주까리 한 그루도 불꽃놀이 불빛 터지듯 잘 자라고 있다.

고수꽃으로 텃밭이 환하다.

단호박과 애플수박 주인이 만들어 준 의자에 반듯하게 자리 잡고 앉았다.

멜론은 대롱대롱. 브로콜리, 양배추, 비트도 몸 근육 만드느라 땀 한 바가지 주르륵. 브로콜리, 비트의 커가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았다.


한 줄 기차 옥수수,

두터운 뿌리 발 내밀어 장마에 대비하고

붉은 갈색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려 빗질한 듯 가지런하다.


봄날의 식탁, 입 크게 아앙~ 고기쌈 싸게 했던 상추 어여쁜 꽃 피우려는 듯.


7월의 텃밭, 더 많이 짙게 익어가고  있다.

열무에 딸려 와 초록 똥 누던 달팽이야, 네가 태어났던 곳의 향기 맡고  경쾌한 새소리 들으며 잘 자라거라.





매거진의 이전글 답이 없는 포레스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