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개업화분과 새 집기들의 눈물
우리 사무실 근처에 꽤 넓은 규모의 2층을 통으로 쓰는 회사 사무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그 회사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사무실 또는 집집마다 찾아다니곤 했다.
우리 사무실에도 직원이 가끔씩 들러 믹스 커피 2봉과 비타민 2봉을 살짝 건네셨다.
맛을 보고 괜찮으면 사 먹으라는 무언의 신호일 테다.
차 종류와 여러 커피 류가 손님 접대용으로 쟁여져 있어 아직 사 드리진 못했다.
방문 판매용 사무실,
어느 날 책임자 되는 분이 작은 사무실을 늘리고 싶다며 찾아오셨다.
요즘 영업하는 곳 어디든 손님이 반 이상 줄은 데다 사업을 계속해 나가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분이 많을 텐데.....
사무실을 하나 더 얻으려 한다니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큰 사무실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하나를 더 얻으려 하니 말이다.
“모두 사업이 안 된다지만, 사무실을 구하시는 거 보면 어느 정도 되시나 봅....”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휴, 말도 마세요.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큰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꺼려들 하셔서 작은 사무실 얻어
소규모 면담을 가져 보면 어떨까 하는 맘으로 알아보는 거예요.”
드나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사무실이 하루아침 휑한 들녘처럼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이 방법 저 방법을 고려하고 계신 거였다.
상가 공실로 나와 있는 사무실 두세 군데를 보여 드리러 갔다.
그중 하나는 최근에 나온 물건이다.
상대편 부동산에서 소개받은 물건이라 가보지 못해 나도 궁금하던 차였다.
신축한 지 2년이 채 안 됐고, 132제곱미터 되는 사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어지럽게 나뒹구는 집기들이 당시 상황을 말하느라 바빴다.
분주하게 움직였을 사람들의 온기, 활기, 생기가 아직 걷히지 않은 채
곳곳에 흩어져 공기와 함께 둥둥 떠다녔다.
전화기가 뒤집어져 소리도 거꾸로 되돌아가고.
여기저기 널브러진 사무실의 집기들은 폭격 맞아 전쟁통인 듯
제자리를 잃고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어지러움 속에서도 개업식의 열기는 식다 말고 곳곳에 남아 있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건물을 임대하여 근사한 개업식의
후끈했음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싱싱한 물기를 머금고 한쪽에 쪼르르 몰려 앉은 화분들이 말하고 있다.
‘나날이 번창해서 1호, 2호, 3호.... 쭉쭉 뻗어나가라고!’
몇 날 며칠 단톡 방 축하의 글로 후끈후끈 달아올랐을 테다.
“사무실 오픈을 축하합니다!”
한 화분 귀퉁이에 둘러진 핑크 리본이 당시를 연상케 한다.
많은 이들의 염원과 응원을 받고 야심 차게 시작하셨을 텐데...
희망에 부푼 꿈을 펼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을 걸 생각하니
쓸쓸함과 안타까움만 가득했다.
대표 이사실의 중후하고 멋진 의자와 책상은 아직 그 품위를 유지하고
직원들의 숨 가쁘고 숨 막혔던 실적 기록이 화이트보드에 식지 않은 채 걸려있다.
한 몸으로 붙어 일하던 책상과 의자를 내팽겨 치고
지금은 다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사업 잘되면 좋고, 안되면 나가떨어져 버리니.
집 안 친척이나 식구들 중 사업가가 없었고, 월급쟁이들 속에 자라 큰돈 버는 법을 몰랐다.
사업하다 쫄딱 말아먹고, 하루아침에 손가락 빠는 그런 위험부담이 있는 일 또한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
매달 월급 받아 알뜰살뜰 고만고만하게 밥 먹고 사는 가족들.
그랬던 내가 앞으론 사무실을 차릴 날이 올 텐데,
신축 건물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집기들이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남일 같지 않다.
무작정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으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깨졌을 텐데, 배우면서 일하고 있으니
좀 더디 배우겠지만, 덜 깨지는 장점도 있네.
요즘같이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새로운 일 배우면서 돈 벌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하지, 뭘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