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박사 아내를 위한 이사

이사, 평생 소원 들어주고 싶여.

by 서비휘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금 살고 계신 아파트를 팔고자 내놓으신 70대 매도인 분이셨다.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집을 보러 가겠다고 약속해 놓은 집주인 분.


"너무 늦은 시간이 아녔으면 좋겠어요. 우리 노인네들은 9시면 잠자리에 들거든."

"아~네 알겠습니다. 퇴근하고 오시느라 늦으신 거 같아요."


'그 시간밖에 안 되고 퇴근해서 바삐 오는 사람도 생각해 줘야지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드신다고 어디 덧나나?‘

빠르게 내 생각에 빠져 있는데, 어르신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지금껏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살고 계신 아파트를 샀고,

어르신은 지금 아파트에서 끝까지 살고 싶으시단다.

근데, 마눌님이 부엌이 좁고 불편하다며 자꾸 이사를 가고 싶대서

집을 내놓으시는 거란다.


바깥 사장님께선 강남역 근처에서 수선 일을 하고 계시고, 마눌님도 역시 강남역에서

평생 청소만 하고 사신 청소박사.

건물의 계단이나 복도, 화장실 아파트 계단 등 청소와 관련된 일이라면, 안 해 본 곳이 없다는 거다.


여든이 가까운 울 시어머님도 공원 청소를 하신 적이 있다.

자식들이 용돈 언제 주나 기다리는 것보단 몸만 건강하다면 스스로 벌어 쓰는 게 당당하다셨다.


명절날에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더러워질 것을 대비해 출근해야 한다셨다.

온 가족이 따라나섰다. 공원 바람도 쐬고 시어머님도 도울 생각이었다.

만만히 봤던 공원 안의 낙엽 쓸기 쉽지 않았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손자 손녀들의 손까지 빌려서인지 잠깐 하고 끝이 났다.

평소엔 어머님과 몇몇 어르신이 이 공원 안을 청소한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기억이다.

지금은 연세가 더 있으셔 시엄니 집 가까운 텃밭의 푸성귀를 길러 택배로 부쳐주시곤 한다.


가까이서 보고 잠깐이나마 함께 해봤기 애 청소 박사님의 삶이 어떠했을지

그 아낀 돈으로 얼마나 알뜰하게 모아서 아파트를 사셨을지 어르신의 맘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르신들의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출근시간이 새벽 3시라 적어도 2시에는 일어나야 하기에 9시면 주무신단다.

내일 일을 하시려면 적어도 밤 9시면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아~ 일을 하다 보면 내 기준에서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끝까지 듣지 않았더라면 그분의 맘을 헤아리지 못하고

‘참 까다로운 분이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곤 없으신 사람.'

생각했을 거다.


부엌 근처엘 평생 들어가지 않았으니 얼마나 불편하고 편한지 모른다는 어르신.

하지만, 여지껏 청소하고 사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죽기 전, 소원 한 번 들어주는 셈 치고 집을 팔고 부엌 넓은 집으로 따라가신다는 거다.


최대한 새벽에 먼 길 걸으면 안 되니

지하철역 가까이 가까이에 부엌 넓은 집을 구해 달라신 그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사랑이란 나보다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은 그런 맘인 걸까(?)’


두 어르신이 치열하게 살아오셨던 삶의 여정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편안하고 편히 쉴 수 있는 부엌 넓고 따스한 집을

오늘 열심히 찾아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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