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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11. 2021

"슬의 생 4화는 맘에 안 들어."

찐 팬인 걸 아는데....

“슬의 생 4화는 정말 맘에 안 든다.”

목요일 저녁 본방 보는 걸 봤었고, 토요일 재방을 보며 하는 저 말은 뭐지 싶다. 등장인물 한 사람 사람이 살아있어 재밌고, 재치와 위트가 한 번씩 있는 대사에 웃을 수밖에 없는 그 드라마를 얼마나 애정 하는 줄 알고 있는데.


첫사랑 영화의 납득이로 등장했던 조정석이 아직 인상 깊게 남아있다. 여자 조정석일 정도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웃기는 센스만땅 추민하. 순진하고 어눌한 듯 똑똑한 그 모습이 좋은데.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마다 우러나는 인간미와 인간애. 늘 맘 속에 동경하고 다가가고픈 사람상 내지 인간상이기에 좋아하고 기다리는 이들이 많지 싶다.


오며 가며 집 안 일 해가며 보다 말다 하는 나와 달리 울 따닝과 그이는 몰입을 해서 봐야 한다며 화면 앞을 오가거나 말이라도 걸라치면 난리를 친다. 무슨 드라마 작가라도 납셨나. 대본 리뷰 하라고 해도 될 정도의 집중력을 쏟아붓는 모습이라니.


시청자상을 준다면 우리 집 그 두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런 두 사람 중 한 사람인 그이가 슬의 생 4화가 맘에 안 든다니, 그게 머선 129? 싶은 거다.


그이 대답은 초딩 수준이다. 조정석 의사 선생님을 찾아온 환자 부부가 등장했단다. 시골에서 올라오기 번거로울까 봐 다른 과 진료 볼 때 같은 날 볼 수 있게 배려를 해주는 선생님을 부각하기 위한 장면. 사투리를 빡빡 쓰는 그 시골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이 그이가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울 엄니 터 잡으시고 살고 계신 벚꽃이 아름다운 도시 진해. 시골, 깡촌처럼 표현된 거 같아 맘에 안 든다는 것이었다.

진해가   얼마나 깨끗하고 아담하게 예쁜 도시인 걸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는거지.  시골  깡촌이  아닌 작긴 하지만  도시라는 걸.


그 와중에 은지 엄마의 눈물 삼키며 김밥을 우걱우걱 씹어 먹을 때의 모습은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눈물 삼킨 밥을 넘겨 보았을 터. 아이들은 커가면서 누구나 아플 때가 있을 테니. 극 중에 나오는 심장이식받아야 할 정도라면 감히 상상만으로 그 맘 다 안다고 할 수 없겠다.


폐렴기가 있다며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어머님께서 병간호해 주시기 위해 올라와 계시고. 일을 하러 가기 위해 맹물에 밥을 말아 넘길 때 꺼이꺼이 울며 밥을 밀어 넣다시피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같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다른 이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고, 딱한 사정 일일이 설명해서 봐 달라고 이해해 줄지언정 대신 일을 해 주기엔 서로가 버거운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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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들 어떠하리, 저런 들 어떠하리. 그이는 분명 5화를 기다리고 있을 테고, 본방이든 재방이든 집중해서 또 볼 텐데.


그 드라마를 보면서 숨어있는 꿈이 보이나 보다. 다시 태어난다면 의사도 해 보고 싶고, 밴드 구성원처럼 악기 하나 다뤄보고 싶은 게지. 중, 고교 음악시간 대충 보냈을 테니 악보 하나 제대로 보기 어려울 테고.  오선지에 악보라도 가르쳐 줘 볼까 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자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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