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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18. 2021

바른 먹거리

알아주면 고맙고, 몰라주면 섭섭하고.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도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날이 계속된다. 말 그대로 그날이 그날 같은 거다. 책장에 쟁여뒀던 책도 읽어보고 길 위에 온 몸을 올려놓고 경춘 숲길 종점까지 걸으며 생각에 잠겨도 봤다.


각종 요리 유튜브 방송을 통해 배운 고수의 비법을 시청하며 평소 못해줬던 요리에도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였다. 가까이 있는 재래시장에서 살아있는 전복과 낙지를 사서 볶음도 무침도 부침개도. 여러 시간 삭혀야 하는 식혜를 만들기까지. 여중, 여고 때 실습했던 온갖 견과류 사서 약식도 만들었다.


울 가족은 배달음식과 바깥 음식의 착착 혀끝을 휘감는 감미로운 맛에 길들여졌는지 나의 정성과 노력에도 시큰둥했다. 이보다 더 건강하고 무미건조한 맛은 없는 것처럼.


이 정도면 손맛상은 아니어도 요리 노력상은 받아 마땅하건만... 그 어떤 고마운 기색이나 애씀의 인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바위에 계란 치기, 바늘로 바위 뚫기랄까.


이 맛 최고다! 엄지 척척!! 해줘도 아침, 저녁 집 밥 챙기기 나가떨어질 판에 아무 반응 없는 무반응을 넘어 괜한 것에 애쓴다가 느껴질 땐 더 빨리 손을 떼게 만들고 있는 거다.


tv에 자주 광고방송 나오고 주변 이용자 통해 울 집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는. 이렇게 해야 요즘 시대 발맞추는 사람처럼 밀키트도 모르는 난 바보 사람이 되어 있는 듯했다.


“밀키트가 편하고 좋다고 우리 과장님도 얘기하시던데... 엄마, 버스정류장 앞 ‘엄마 쿡 반찬가게’에서 팔았던 순두부찌개 육수와 재료 넣어뒀던 그런 게 밀키트라고 보면 돼.”

그랬다. 재료 모든 것을 사야 했던 시절엔 저녁 찬거리 마땅찮을 땐 한 번씩 사다가 편하게 끓여내곤 했었다.


토요일마다 주말농장엘 따라다니고 그이가 땀 흘리며 작은 생명체 손봐주는 걸 보고 내 손도 보태면서 달라졌다, 내 맘이.

눈곱만 한 개미도 비 온 뒤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지렁이 뿐만 아니라 상추 잎 하나까지 귀하게 느껴지는 거다.


우리가 먹기 위해 심은 작은 텃밭 가꾸기도 재미로 하지만,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잠시 한눈팔면 침범자가 한 둘이 아니다. 풀씨들은 바람 타고 어디든 자유로우니 모두가 내리 앉는 곳이 자기 자리다. 손으로 꼭꼭 눌러준 적 없어도 싹을 틔우고 세력 확장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다.

 한 주만 놔둬도 손으로 뽑아지지 않는다.  그쯤 되면 ‘에이, 모르겠다. 너도 같이 먹고 자라거라!’가 되는 거 같다. 그이도 어린 풀만 뽑아주는 걸 보면.


이것 조금 저것 조금씩  수확한 게 한 보따리다. 그 싱싱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저녁 반찬과 아침 반찬으로 해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이와 나만 맛있게 먹는 것이

좀 그렇긴 하다. 아이 둘의 입맛은 치킨과 피자, 맵고 짠 정체불명의 그 많은 소스와 치즈를 듬뿍 올려 느끼하고 살이 마구 찔 듯한 걸 좋아하니.


지난 금요일 7세 반 아이들은 바른 먹거리에 대한 걸 배우고. 어디서 많이 듣던 멜로디에 대한 노래까지 배워 부르고 있다.


풀무원 지사장인 우리 동서 휴대폰 컬러링으로 듣던 노랫말. 7세 반 아이들 목소리로 끝까지 들어보니 참 많은 것이 들어있다.


바른 먹거리

자연의 맛 바른 먹거리 건강한 맛 바른 먹거리

지구도 건강해져요. 착하고 바른 먹거리

무지개 색 채소 과일 좋아해 포도 당근 브로콜리 토마토

먹다 보면 예뻐지는 소리가 들려 맛있게 골고루 꼭꼭 씹어 냠냠냠

자연의 맛 바른 먹거리 건강한 맛 바른 먹거리

지구도 건강해져요. 착하고 바른 먹거리

동글동글 귀요미 콩 좋아해 두부 달걀 아삭아삭 콩나물

먹다 보면 키가 크는 소리가 들려 맛있게 골고루 꼭꼭 씹어 냠냠냠

자연의 맛 바른 먹거리 건강한 맛 바른 먹거리

스스로 시작해요. 착하고 바른 먹거리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먹는 모든 것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면 좋을 텐데... 자기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해로운 걸 넣지 못할 테다. 풀들의 세력이 만만찮아 제초제를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뽑아가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과 단맛을 더 내기 위해 주사를  준다던데... 그런 거 없이 자연의 단맛을 그대로 낸다는 건 어마어마한 정성인 걸 알겠다.

풀무원 식품의 바른 먹거리 노랫말처럼

자라나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바른 먹거리 먹고 모두들 건강해졌으면.

그런 면에서 직접 텃밭에서 온갖 채소를  길러 먹는다는 건 바른 먹거리를 먹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일 테다.


심고 가꾸는 것부터 수확한 걸 손질해서 먹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가지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있어야 모든 일을 할 수 있기에.


우리 집 아이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걸  시켜먹기는 해도 때때로 아부지표 재료 공수와 어무이표 요리를 먹고 있기에 바른 먹거리를 먹는 셈인데, 알아주면 고맙고  몰라주면 섭섭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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