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많이 쓰다 보면 낡고 고장 나는 것이 어디 기계뿐이던가.
얼마 전부터 오른 어깨가 고장이 났는지 왼쪽으로 돌려도 오른쪽으로 돌려도
잘 돌아가지 않고 반 바퀴만큼 억지로 돌렸더니 아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팠다.
우선 민간 처방으로 뜨거운 물에 담금질하다 보면 뭉친 근육이 좀 풀릴까(?)
집 근처 사우 나엘 갔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갔다.
코로나로 인해 참고 참다못해 한 달에 한번 정도.
3주 전 들렀을 때, 온탕, 열탕 물 온도가 미지근하게 같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고쳐졌겠지.’
예전에 때 닦으러 갈 때와는 달리 뜨거운 물이 필요했던 나는 물 온도가 신경이 쓰였다.
3주 전과 같은 온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함은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수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어깨 날개 죽지의 불편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물이라도 뜨끈뜨끈 했으면 좋았을 텐데,,, 반 바퀴도 돌려지지 않은 팔을
부여안고 세신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수건으로 두 눈을 덮고 누워 있으니 팔은 아플지언정 편하고 좋았다.
저절로 감은 두 눈 앞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에 실려
어디든 돌아다니느라 몸을 바삐 움직였다.
‘하늘로 솟았다, 땅으로 내려앉았다, 날개 달고 날아다니다가.’
묻는 말에 대답하느라 살포시 상상의 나래도 작은 침대 위에 내려 앉혔다.
말문이 트면서 사십 대 초반의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와 그런데, 바로 뛰어나가 종이와 펜을 들고 와야겠다 싶을 정도였으니.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다 같을 순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다 받아 적고 싶을 만큼 삶의 언어가 깊고 넓었다.
‘적자생존’ 들으면서 술술 빠져나가 버리니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한테
약이 되든 복이 된다는 거다.
‘아~ 약이 되든 복이 된다니!’
그 한마디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이 머저리 같으니라고!
일하는 직원이니 탕 속의 물은 왜 안 고쳐주는지 살짝 여쭈었다.
다른 손님들 중 물어보는 사람 없었는지도 함께.
개인이 운영했으면 문을 닫아도 진즉에 닫을 수밖에 없었을 거란다.
계속 적자로 운영이 되어왔으니 버틸 사업주가 없다는 거였다.
사업주가 대형 사우나 여러 개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여기가 제일 규모가 적었단다.
영업하는 곳은 이윤이 남아야 운영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 곳은 대형 사우나에서 번 돈을 메꿔가며 꾸려가던 곳이었으니
접을까 말까의 기로에 늘 서 있던 곳이었단다.
코로나로 대형 사우나는 정부 정책의 명령에 의해 수시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 이제는 아예 문을 모두 닫아버렸다.
늘 적자로 운영해 왔던 이 곳!
규모가 적다 보니 강제 문 닫힘은 없었으나, 울며 겨자 먹기로
여기만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것이면 고쳐보려고 수리공이 와서 체크를 하셨다.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고 있고, 공사가 진행되면 공사비도 만만찮아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는지 시간을 갖는 거 같다셨다.
그러니 여기저기 고장 난 곳이 눈에 많이 보이지만, 고쳐달라고 왜 안 고쳐 주냐며
독촉을 할 수 없다는 거다.
혹시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가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
당장 그분 또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인데...
다행히 많지 않은 손님 중에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고 했다.
사업주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말로든 몸으로든 싸움박질 잘 못하는 나 또한 큰 소리로 묻지 못했겠지만,
사람들이 조금 불편하고 못마땅한 상황을 감수하며,
사업주의 딱한 사정을 미리 짐작해서 배려해 주는 것인가.
모두들 주어진 불편한 상황에 불평, 불만 쏟아낼 수 있을 텐데,
제각각 약으로 복으로 받아들이나(?)
조금 아까보다 내 어깨죽지도 많이 풀어졌다.
앞으로 약이 되고 복이 돼서 더 많이 풀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