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버팀으로!

by 서비휘

매주 일요일엔 특별한 일 없으면 작은 텃밭에 간다.
3월 초 부동산 일에 입문한 나보다 한 달 늦게 땅에 품어진 녀석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네 평쯤 되려나(?)
그곳에는 부동산 시장의 다양한 종류만큼 여러 식구들이 어울렁 더울렁 살고 있다.
아욱, 상추, 고구마, 호박, 아주까리, 토란, 배추, 달랑무 등 반찬으로 해서 먹을 수 있는 채소들은 거의 다 있는 셈이다.

초보 농사꾼인데, 매주마다 포슬포슬 맨땅을 밟는 느낌도 좋고, 일주일 사이 눈에 띄게
'저 요만큼 컸어요! 많이 자랐죠?'
자랑하듯 얼굴을 디미는 듯한 모습도 보기 좋다.

호박잎과 고구마순을 한 잎씩 따고 뿌리를 단단히 박고 주인보다 더 주인 행세하는

풀을 뽑느라 씨름하고 있을 때, 주말 농장 주인께서 둘러보러 나오셨다.


쉰여섯에 농사 '농'자도 모르고 들어와서 20년이 지나는 동안
채소의 이름을 단 온갖 친구들을 다 키워보셨단다.
지금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울게 많다며 한 번씩 배우러 가신다니.
10년도 아닌 20년 동안 주말 농장 운영하시며 직접 밭을 가꾸는 삶임에도

아직 배울게 많다는 말씀에 맘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부동산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나야말로 배우러 다니는 건 물론이고,

20년이 지나더라도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지난주 튼실하게 자란 애호박을 따면서 호박잎을 많이 따주었다.

열매로 가야 할 영양분이 무성한 잎으로 다가나 싶어 싹둑싹둑 따 준거다.

이번 주 가보니 잎들은 시들해지고 쭉쭉 뻗어가던 줄기나 열매가 힘이 없고 그마저도 금방 떨어질 거 같았다.
뜨겁고 따가운 햇볕 받으며 넓은 잎 이용해 광합성 작용으로 열매를 키워나가는 모양인데,

대충 아는걸 아무 근거 없이 혼자 이럴 거야!

생각한 때문에 애호박들이 큼큼 자라지 못한 거 같아 많이 미안했다.

작은 채소 하나 키우는 것도 잘 알지 못해 우를 범했듯
사람들의 평생 모은 재산을 다루면서 대충 해선 안 되고,

큰 심혈을 기울임 아주 중요한 일임을 작은 채소 키우면서 또 한 번 느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고 오랜 경험만이 알 수 있는.

주변의 부동산 일을 오래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20년 여 년, 주인분의 주말 농장에서 겪은 일이 어디 한 두 가지겠냐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이 밭 저 밭 다니며 알려주고 계신 모습 보기 좋았다.

농장 주인께서 텃밭 주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잘 커다가

어느 날, 머리 카트 한 마냥 속아진 모습을 보면 그냥 흐뭇하시단다.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함박웃음 지으며 그 사랑으로 키운 푸성귀를 나눠 먹고 있을 생각까지 하신 거겠지.

진정 프로 주말농장 주인의 포스란 저런 모습일까.


주말농장 주인의 프로 정신!

아는 게 아는 게 아니니 늘 배워야 한다는 말씀과
저마다의 버팀으로 토실하고 튼실하게 큼직큼직 키워내는 녀석들처럼

각자의 색과 빛을 더하여 힘찬 기운을 다시 한번 맘에 새기며
한걸음 더 크게 내딛는다.


도로 위에 서 본다.
이 집 저 집 이 상가 저 상가 사고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의 즐겁고 행복한 웃음 나는 집!
중개를 할 수 있는 날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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