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물고기'를 읽고

나눠주렴,나눠쓰렴.

by 서비휘

“선생님, 저는 그림도 그리고 무지개 물고기에게 편지도 써 주고 싶어요.”

무지개 물고기의 동화를 듣고 기억에 남는 바닷속 친구에게 편지나 그림으로 그려 주자고 했을 때 L이 하는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L은 7세반 친구들 중 한글 공부의 기초가 되어있지 않아 월요일마다 5명이 모여 공부하는 반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있는 친구가 아닌가.


“아직 글자를 잘 몰라요.”

아이들 개개인의 파악이 안 되어 있을 때 간단한 낱말 읽기 할 때도 잘 모르는 걸 항상 먼저 말하던 친구였다.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특징 잡아 흉내 내는 것도 잘하는 L. 한글 공부만 조금 늦을 뿐 다른 모든 건 잘 하였다. 한글은 천천히 익혀도 된다는 부모님의 생각이 있어 집중적으로 안 가르쳤을 수도 있는데,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유치원에서 어린 연령부터 기본적인 건 가르쳐 줬을 텐데, 흥미를 아직 가지지 않았던 건지.


L이 그림을 잘 그려와선 편지까지 쓰고 싶다 길래 무슨 말하고 싶은지 물었다. 불러 주는 대로 받아 적어 그걸 보고 따라 적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아 부르는 대로 받아 적으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역시 말솜씨가 있는 아이일 거 같다는 생각


“무지개 물고기야, 너의 비늘은 정말 이름답다. 너의 비늘을 하나만 갖고 싶어. 친구들이랑 비늘을 사이좋게 나눠쓰렴.”

아름답다를 이름답다로 옮겨 쓴 거 같은데, 이름답다처럼 제목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는다며 하루에도 열두 번 삐지는 친구가 있어 다 같이 어울려 노는 방법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아갔으면 하는 맘으로 선택한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동화책.


무지개 물고기의 등 지느러미 앞에 핑크색 리본도 달아주고 젠체 하는 눈빛, 다른 물고기들의 부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과 꽉 다문 입매무새 어쩜 저리 표현을 잘한단 말인가.


그림은 자유롭게 그려도 글쓰기는 맘으로 느끼는 만큼 써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건데, L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옮기고 싶은 욕구가 생겼나 보다.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 쓰면서 뿌듯해하는 게 느껴졌다.

글씨를 알면 좋은 점이 많겠다는 걸 알아가는 거 같아 한글 기초 공부를 할 때 더 열심히 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일곱 살 친구들이 글자를 아는 친구들이 더 많긴 한데, 자유자재로 쓰긴 아직 어리다. 유치원에선 학습지 활동보다 다양한 놀이를 통한 규칙과 질서, 인성을 위주로 수업이 배정되어 있었다. 소근육 활동과 대근육 활동을 매일 시간표에 배정해 놓아 요즘 같이 더운 날이 아닐 경우엔 놀이터에 나가거나 정원놀이터에서 축구나 자전거를 맘껏 타게 해 주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 뒤로 땀이 주르르 타고 내리고 있는 요즘엔 주체할 수 없는 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실내에 마련된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거나 피구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을 봤을 때 의자에 앉아 수학이나 한글 활동지를 하는 것보다 신체 활동이 참 좋은 거 같다.


핀셋으로 작은 구슬을 집어 올려 오공본드로 붙이고, 가위질을 하여 동화책을 만들거나 엄마나 친구에게 줄 행운의 카드를 만드는 등 자유 활동 시간이 참 다채롭다.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는 거다. 매직이든 사인펜, 색연필로 맘껏 그리고 오리고 붙일 수도 있다. 그런 활동에 비해 수학이나 한글 공부는 조금 뒤로 밀린 느낌이어서 집에서 조금 보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 놀이터에 나가도 친구들을 만나기 쉽지 않고,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충분히 즐기고 접할 수 있는 건 소중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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