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Aug 11. 2021

엄마에 대해 울 따닝은 어떻게 생각해 줄까?

그것이 알고 싶은가.

작고 귀여운 여자 쪼꼬미가 형님반 사이에 끼여 간식을 먹고 있다. 반 친구들이 다 먹고 올라간 후 늦게 먹는 친구들  중 한 명.  왼쪽 가슴 이름의 박음질에 눈이 갔다. 울 따닝이랑 자음 하나 차이. 영과 형의 차이라 전체적으로 비슷해 보였다.

오물오물 천천히 먹고 있는 P의 작은 손톱에 곱게 물들인 봉숭아 꽃물이 예쁘다.


“어머나, 이뻐라. 이거 누가 해 준거야?”

“우리 엄마 가요.”

“우리 엄마가 누군데?”

이렇게 물어보면 ‘우리 엄마요.’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지요.라는 답을 예상하며 그냥 물어본 거였다.


근데 그 쪼꼬미는

“우리 엄마는 양은아예요.”

또박또박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양은아는 어떤 엄마예요?”

뭐라고 다음 대답이 나올까 싶긴 했지만, 별 기대하진 않았다.


“안경을 꼈어요.”

어라, 반 이상의 인상착의가 예상되는 걸.


“공부하는 걸 좋아해요.”

뭐지, 쪼꼬미가 아니잖아.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느끼다니.


얼굴 표정에서 또 다른 건 없어?라고 읽었나 보다.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오종종한 작은 입에서 아무 정보도 없었던 자기 엄마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엄마의 모습은 쪼꼬미에게 유전인자를 물려주었을 테니 완전 다른 경우도 가끔 있긴 하지만. 대충 짐작이 가고.  인상착의의 대표 격인 안경 착용과 생활리듬을 알려주었으니 대강 이미지가 그려졌다. 옆에 계시던 쪼꼬미의 차량 담당 선생님께선 그 얘길 전해 듣곤 정말 똑같다고 말해주었다.

섯 살 쪼꼬미가 바라본 엄마 모습이 어른인 사람이 봐도 비슷하다니 놀랍도다.



그렇다면 다 큰 성인이 된 우리 따닝이 나를 바라본 엄마 모습 어떻게 이야기해줄까 싶은 거다.


울 따닝은 수시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박주호 셋째 아들 진우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준다. 멍할 때의 표정과 지금 머리 모양이 똑같다는 것이다.

내가 봐도 웃음이 날 정도이니.

얼굴이 닮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사고뭉찐에 똘똘한 표정 짓지 않을 때가 똑 닮았다는 거다.


울 따닝이 엄마를 볼 땐 엉뚱하기 그지 없고, 사고뭉치로 보이나 보다. 혼자 미술관을 개관했답시고 사진 촬영 나가 돌부리 걸려 시퍼런 멍을 들여오질 않나.

 공인중개사 한다고 사무실 잘 다니다가 어느 날, 다시 유치원엘 나가 아이들과 놀고 있질 않나. 대책이 없는 엄마인 게다.


우린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서로 깎아내릴 태세가 준비된 모녀간이라 물어본다면

좋은 이야기 나오지 않을 건 뻔하다.

그래서 물어보진 않았다. 설사 물어본들 대답해 줄 따닝도 아닐 테고.

고작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

라고 할 거니까.

사실은 그 몰라 속에 많은 것이 다 들어있을 테니 알아서 새겨 들어야지.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울 따닝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진우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는 거.

진우가 나오는 장면은 찾아서 볼 정도인 거 같다. 그러니 사고뭉찐의 사진을 수시로 보내주는 거겠지. 엄마랑 닮은 표정이라며.


그렇다면  울 따닝은 사고 뭉찐 만큼이나 엄마를 좋아하고 있다는 ?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해도 될까.

퇴근해서 돌아온 내게 하는 말

"엄만, 무슨 옷을 아줌마처럼 입고 다녀?"

'아줌마가 아줌마처럼 입는 게 당연한 거아닌가. 할머니에 더 가까운 나이이구먼.'

아이들이 좋아할 밝고 화사한 옷을 입고 다니라고 툴툴댄다. 그런 잔소리가 싫지가 않다. 뭐라고 하는 건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봤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니.


울 따닝이 생각하는 어떤 엄마일지는 나중 문제로 일단 남겨두자.

매거진의 이전글 뭐라카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