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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16. 2021

가족도 함께 뭉치기 어려운 나이

각자의 취향대로

모래알은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낱낱으로 살아간다. 흩어짐이 가진 본래의 본성인 것처럼. 딱 한 번만이라도 뭉칠 수 있는 게 오랜 꿈이자 바람일 수 있을 터.  크고 작은 생명체의 공간 차지와 이루면 넓히고 늘리며 허우적대는 보이지 않는 손과 철커덕. 영역표시하며 누군가의 방해, 침략, 침범도 막아내고 싶은 욕망이랑 만난 것이다.


흙, 모래가 있는 곳의 생명체들 손놀림과 발놀림이 눈물겹다. 무너지고 무너져 내리는 걸 쓸어 올리고, 끌어올려 끝내 성벽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 집념, 끈기, 투지.  나만의 공간 가족, 이웃, 동료가 머물 공간까지 세력 확장에 힘쓴다. 안전지대를 만들어 몸담고 더 깊고 깊숙한 곳엔 보물 저장창고까지. 그걸 지켜내기 위해서는 채집 통도 필요했다. 그 속엔 작은 물고기 한 마리.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봐도 잘 살아 있다.


여러 성 들 가운데 크고 웅장하고 기운찬 성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손으로 쓸어 올려 만들어냈다고 하기엔 정교함과 섬세함이 깃들었다. 역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들처럼 도구를 이용한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 흙길에서 만났던 모래성을 쌓던 작은 개미들이 봤더라면 뭐라고 했을까. 거인들이 사는 성이라며 입을 떠억 벌렸을까.


거인 아이 둘과 그 거인 아이 둘의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 중인 모습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저 모습이라며 감탄하고 있을까. 다 같이 지낼 공간 마련하고 아이들이 머물 공간까지 거인 아이 한 명과 아빠, 또 다른 거인 아이 한 명과 엄마가 나뉘어 만들기까지 그들의 완전체 자체만으로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버렸을까.

사실 그 부러움은 영 아줌마도  한 동안 넋 놓고 바라보며 느끼는 바였다.


두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느끼던 차에 바라보던 풍경이었으니. 나날이 늘어나는 코로나 숫자를 보며 지난봄부터 여름까지 어디 갈 수가 없었다.  더운 여름날이 다 지나는 동안 가족 나들이  한 번 못한 우리 가족들. 8월 대체휴일이 주어진 연휴를 맞아 여름이 끝나기 전에 강원도 바다에 가서 발이라도 담그고 오자 했다.


여름 내내 재택과 출근을 번갈아 일한 그 이, 주구장창 출근한 나와 따닝, 여름방학 동안 친구들과 변변한 여행 한번 못한 아드닝이 모인 우리 가족 나들이 장소는 강원도 고성 바닷가로.


그 이는 아이 둘을 불러 너희들이 좋아할 맛난 음식을 검색해 보라 했다.

[먹방을 찾아 떠나는 가족여행]

이라고 말할 만큼 그곳의 특색이나 볼거리, 즐길 거리, 자연의 요소 등은 봐도 그만. 보지 않아도 그만인 듯했다. 잠시 후 검색한 맛집은 어무이, 아부지를 염두한 탓인지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왔던 고성 삼거리 기사식당, 40년 전통 명태회냉면, 오미 냉면을 찾아 가족 톡에 올렸다.


잠시 후, 급하게 친구들과 낼 아침 약속이 생겼다며 둘은 빠질 테니 두 분이 오붓이 다녀올 것을 권유했다. 가도 별 재미없을 것이고, 찾아낸 음식도 구미에 당기지 않은 모양. 차가 밀릴 걸 예상하여 이른 출발시간도 맘에 안 드는. 무엇 하나 끌리는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 이는 아이들의 동참에 의의를 두고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음식 선택권도 준 듯하다. 밀린 도로에 서 있는 시간 줄이고, 장거리 운전 조금 쉽게 하잔 의미로 이른 출발 고집한 나. 아이 둘은 친구와의 약속을 핑계로 빠지겠다는 의사를 단톡으로 분명히 밝혀온 거다.

순간 서운한 맘이 가득 돌았다. 억지로 데리고 간들 서로 의미 없는 일일 테고. 둘이 떠나는 걸로 정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각자의 취향대로 취했음에 탁월한 선택임을 느꼈을 테다.

 온 가족 영차 협동 놀이하는 모습에 그만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걸 보지 않았더라면.

같이 왔어도 성을 쌓고 지금 순간 머물 공간을 만들고 있진 않았겠지.


금방 무너져 내려도 쓸어 올리고 끌어올리는 바닷가의 성을 쌓는 완전체의 가족들이 함께 하며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 좋은 거다. 그 옛날 우리가 쌓고 무너뜨렸던 그 많은 성벽의 모래알도 그 속에 들어있을 테지.


낱낱의  모래알이  성벽을  이루기까지  가족이  뭉쳐  쓸어 올릴  일은  다시  오기  힘든  어린  날의  추억으로.



따닝과  아드닝  둘이  훗날  꼬맹이들  델꼬  그  모래성을  쌓아올리는  날이  더  빠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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