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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16. 2021

여름을 내려놓을 시간

맨드라미 꽃 보니 울 아부지 생각 나.

8월의 정중앙은 여름반 가을반이다. 초록으로 시원함과 청량감을 선물했던 여름을 내리고

고유의 색으로 물들이며 가을을 올리는 중이다.


주말 텃밭의 초입에서 눈에 띄게 예쁘게 핀 맨드라미를 만났다. 그이에게 차를 세워 먼저 내려줄 것을 부탁했다. 캉캉춤을 추는 듯 치맛자락이 펄럭이듯 보였다. 누군가는 닭 볏을 닮아 계관화라 부른다는데, 닭 볏 볼 기회가 잘 없어 떠올리기 더 어려운 듯.

연말 시상식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드레스단을 보는 듯 우아하고 매끄러워 보이는 꽃이었다.


맨드라미 꽃을 들여다보는데,

“봉숭아도 채송화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그 동요가 떠오르는 건 뭐람. 완전 초딩 수준이 랑게.


어릴 적 마당 넓은 우리 집 화단에는 무궁화, 채송화, 해바라기, 봉숭아, 모란꽃들이 피어있었다.

아부지가 화단의 꽃과 나무들 가꾸기도 잘하셨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딸기 밭과 텃밭에서 우리 주말농장 작물 종류를 심은 듯하다.

이른 아침 밭에 다녀오시는 허름한 옷차림의 아부지가 저 멀리 보일 때면, 친구들이랑 등굣길 스쿨버스 기다리다 못 본 척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친구들이 아부지를 꾀죄죄한 농부라고 놀릴까 봐 걱정이 된 거였다.  텃밭  일을 하다보면  흙과 한 몸이라 아무리 좋은 옷을  입었다한들 소용없음을. 지금 생각하니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릴 땐 정말 그런 마음이었다.


봉숭아 꽃과 잎을 따다 손톱 위에 올려놓고 랩으로 싸서 꽁꽁 묶던 일도 연중행사였을 텐데, 간질간질한 답답함을 견뎌내지 못해 언능 빼버리는 바람에 늘 연한 주황빛 손톱뿐, 백반까지 넣어 검은빛 도는 주황색 친구 손톱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맨들맨들 느껴져  맨드라미라 이름 지어졌나. 오랜만에 맨드라미를 보니 어린 날과 마주하고

울 아부지도 생각나는 날

'아부지,  아부지를 부끄럽게 여기며 그 때 모른 척 하고 싶었던 맘 죄송합니당. 듣고 계시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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