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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29. 2021

크게 날갯짓할 날을 응원할게.

언제나 언제까지나

가장 친한 친구 결혼식을 다녀온 따닝이 침대에 엎드려 주말에 못다 한 볼 일을 휴대폰으로 하고 있다. 슬며시 들어가 옆에 누웠다. 평소 같으면 꽤액꽥 소리를 내지르며 엄마 방으로 가 자기가 아닌 아빠를 괴롭혀 줄 것을 당부했을 테다. 드러누워 제 볼일 보고 있는 이들에게 두 발 올려 괴롭히기가 나의 취미 중의 하나라서.


 

결혼식 끝나고 포시즌 멤버의 나머지 친구들과 호캉스 가고 없는 동안 거금 들여 다이슨 주문하는데, 엄마의 공이 컸음을 얘기 해 놓았다.  끼익끽 거리며 나가 줄 것을 소리 내진 않고 잠잠히 참는 듯했다. 역시  돈의  위력이란!


결혼식 가기 전 뒷머리 드라이 도와줄 것을 부탁할 때 본 드라이기에서 연기가 펄펄 나는 듯했다. 딱 봐도 머리카락 상함이 느껴졌다.


TV광고도 그렇고 젊은 선생님들께 다이슨이 좋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따닝한테 그걸로 바꿀 것을 권했더니

“엄마, 그게 일이십만 원인 줄 알아?”

나야 머리 감고 툴툴 흔들어주면 그만이다. 아침마다 긴 머리카락을 드라이기에 의존해서 말리고 스타일 잡는 데 쓴다면야 그 정도는 투자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 머리 상함도 덜하지 않을까가 가장 큰 이유였다. 머리카락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소중한 아이템 중의 하나라서. 머리카락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은 그이를 봐서 더 그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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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아닌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 뭐가 됐든 금물임을 선언한 상태라 궁금증을 못 참고 툭툭 몇 가지 물음을 던졌지만, 요지부동이다.

땡땡이 엄마는

 "신혼여행 잘 갔다 와라.”

가 끝이라는 거다. 엄마는 몇 시 비행기니, 어디 어디 둘러볼 예정이냐는 질문까지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 더 이상 답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하는 듯 못다 할 걸 챙기는 듯 뚫을 듯 휴대폰만 응시하는 따닝 옆에 그냥 누워있었다.


가만히 누워있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났다.

여고 때 친한 친구 넷 중 결혼 먼저 한 친구가 던져 준 부케를 울 따닝이 받았나 보다. 프사에 예쁜 꽃 한아름 들고 사진 찍은 걸 본 후라 더 눈물이 흘러내렸나 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울 따닝이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떠난 날, 따닝 침대에 누운 내가 상상되었다. 기뻐하고 축복 가득한 날 눈물이 이리 나는 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두발로 따닝 엉치에 올려 괴롭히던 두발을 거두고 가만히 방을 나왔다.


언제 시집갈 거냐며 남친 하나 없이 어떡하냐며 엄마랑 같이 살겠다는 따닝을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구박할 때는 언제고.


티격태격 한 집 안에서 비비적거리는 것만도 큰 선물인 울 따닝이 한 발짝씩 멀어지고 떨어져 나갈 준비 중인 게 느껴져 대견하면서도 맘 한 켠엔 텅 빈 바람이 인다.


안 보고 안 만날 거 아니지만, 혼자 몸인 지금과 한 가정을 일군 일원으로서의 따닝은 많이 다를 테고 달라져야 하니까.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며 날아오를 준비 중인 우리 따닝, 크게 날갯짓할 날을 많이 많이 응원하며.


                                                               울 따닝의 가장 친구가 결혼한 날 괜히 엄마가 센치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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