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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17. 2021

진부령 미술관에서

이중섭 화가와 김춘옥 작품전을 보고

식물은 그 뜨거운 햇볕을 쪼이며 진초록까지 짙어지더니 태양이 힘을 빼니 똑같이 따라 하 듯 서서히 힘을 빼고 있다. 풀벌레 활동시간 목소리 높여가니 매미의 목소리는 팍 낮추는 초가을이 코앞까지 와 있는 나날.


1인 토채보 미술관이란 이름으로 브런치에 사진작품을 올린 후 처음 방문한 미술관. 그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미술관 나들이를 매번 하진 않았다.

누가 들어도 알 만한 화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있다고 할 때 겨우 갈 정도의 사람. 어쩌다 어른, 어쩌다 사장, 어쩌다 출근의 말처럼 어쩌다 1인 미술관장이 된 후부턴 더더욱 미술관 나들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조금 신기하다.


다 브런치에 글을 쓴 후 생긴 씩씩함과 용기 아니겠는가. 더 놀라운 건 미술 미, 관심 1도 없는 그이가 도로를 달리다 미술관이 나오니 그 앞에 세워주는 것이 아닌가. 미술 1도 모르는 자기가 들어가서 관람하기엔 관람료가 아깝다며 들어오지 않고 커피 한 잔 사서 차 안에서 기다려 주면서 말이다. 무료이니 들어오라고 해도 그냥 기다리고 있겠단다. 돈이 아깝다기보다 잘 모르니 뭘 봐도 감흥과 감동이 없다는 말이겠지.  그러니 예전 같으면 미술관이고 뭐고 쌔앵~ 그냥 무사통과였을 텐데...

봐도 잘 모르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놀라운 변화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뼛속 깊이 엔지니어인 그가 클래식 음악 듣기는 예전에 발을 담근 건 다행. 1인 미술관을 개관한 덕분에 올리는 작품을 보며 점점 관심의 영역을 넓혀 가면 좋을 텐데... 내가 올린 작품을 보는지도 모르겠으니.


울 따닝의 말대로

“아빤, 엄마 하는 일에 서포트는 참 잘해주는 거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결과물이 좋아 수익까지 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좋아서 하는 일에 말없이 밀어주는 것만도 참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진부령 미술관에 들러 가슴 펄떡이는 심장을 느꼈다. 진부령미술관 특별 초대전 김춘옥 작품전과 이중섭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와~~ 이런 행운이라니!!


미술 교과서와 천재화가 이중섭에 관련된 책이 있어도 직접 그림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이 꿈만 같았다.

 더 가슴에 와닿았던 건 김춘옥 화가님의 작품이었다. 한지와 색지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자연을 표현한 작품을 마주할 땐 나도 해보고 싶은 맘에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


김춘옥 작가님은 작가노트에서

“자연도 우리의 삶도 관계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나와 부모와의 관계, 형제자매, 친구와의 관계, 소속된 공동체와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자연과 자연과의 관계, 즉 자연으로 일컬어지는 하늘과 땅과 물, 비, 바람 등 모든 것과의 관계성, 그리고 우리 삶 속에서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 이 모든 것의 관계가 세상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함으로 나와 미적 감각은 형성되고 그런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과 ‘관계성’이 우리들 한국인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미감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춘옥 화가님의 작품을 보고 작가노트를 읽고 나니 내가 발버둥 치듯 하고 있었던 것도 다 자연스러움과 관계성을 쫓아가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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