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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18. 2021

따스한 맘이 스며든 날

주인 못 만난 냥이들.

집 앞이나 산보 길에서 종종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 냥이들과 마주친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빤히 쳐다보고 앉아 지나쳐도 가만히 있겠구나 싶은데, 좀만 가까워지면 겁을 먹어 몸을 어디론가 재빨리 숨겨버린다.

어미 냥이를 졸졸 따르는 어린 냥이를 보니 또 다른 짠한 생각으로 남았다.

한낮엔 더우니 걸음이 느릿느릿할 테지만, 아침, 저녁도 기운 없어 보인다. 잠은 어디 숨을 공간에서 자더라도 먹을 게 없으니 더 그럴 수도.


예전엔 음식물과 같이 섞어 버릴 때라 봉투를 뒤져 먹기도 했을 텐데. 쥐들도 보이지 않고 마땅히 고양이가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먹을 것이나 있을 곳이 없는 거다.


‘어쩌다 주인’이라고 맘 따뜻한 사람을 만나 자기 쓸 용돈을 고양이 사료나 키울 때 드는 돈을 다 대는 여대생을 만나보기도 했다. 자기 먹을 건 대충 먹어도 고양이 사료는 유기농에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꽤 돈이 든다는 거다. 용돈으로 모자랄 땐 알바를 한 돈을 대기도 한다고 했다. 다 그런 행운을 누리는 건 아닐 테니. 어슬렁어슬렁 먹이 찾아다니는 게 아닐까 싶은 거다.


난 동물을 껴안고 뽀뽀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고, 털만 가만히 쓰다듬어 줄 정도이니. 그런데다 예전 냥이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어 더 다가가지 못할 수도.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집 앞에 쥐를 물어다 놓았겠단 생각이 나중에 든 거다. 배불뚝이였던 나는 놀라 까무러칠 뻔했으니 고양이보다 그 쥐가 먼저 떠오르는 통에 주섬주섬 먹이를 내다주지 못했다.


밖에서 만난 냥이를 여러 번 예쁘다 귀엽다 쓰다듬어 주었더니 어느 날 집 안까지 쏘옥 들어와 키우게 됐다는 지인들의 얘길 듣곤 더 가까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어느 날, 화단 한쪽에 얌전히 놓인 참치 캔과 사료를 보니 맘이 찡해졌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누군가는 냥이 배고플 걸 걱정해 가져다 놓은 것이다. 또 다른 쪽엔 물까지 담겨 있다. 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우는 냥이 엄마이겠지.

자식 친구 같은 냥이가 배고파하며 힘없이 돌아다니는 걸 불쌍히 여긴 엄마 같은 그 마음이 밥을 챙겨주는 맘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만나보진 않았지만 그 따스한 맘이 스며든다. 어느 날 화단 한 켠에 냥이들이 먹을 수 있게 놓아주는 일 나에게 다시 도전하게 한 날.  냥이들도 삶이 주어졌으니 먹을 게 있어야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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