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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22. 2021

연필에서 나는 소리는 언제나 좋다.

일곱 살 마음이야기

자유놀이 시간 H는 A4용지를 가위로 자르고 붙이며 책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앞 장에는 책 제목과 자기 이름을 넣은 출판사를 적고 있다.

[시호 출판사] 근사하고 좋은 걸.

아이들이 동화책을 가까이할 수 있게 독서통장이란 것도 만들어 읽은 책만큼 스티커를 붙여주는 등 원에서의 배려 덕분일 수 있겠다.


매주 마음이야기 시간도 한 편씩 작품을 하다 보니 빠지지 않고 참여한 원생들은 몇 작품이 모여 제법 그럴싸해졌다. 일곱 살 나만의 이야기가 꾸며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넘겨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듯.


글자를 다 알고 하면 조금 더 폭넓어지겠지만, 글자를 대신하는 그림이 있으니. 글자가 없던 시절 동굴 벽에다 그림을 그린 것도 21세기를 사는 오늘날 우리들이 다 해석해 내고 있으니 그리 아쉬울 일도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모든 글자를 깨우칠 날이 올 테고, 그땐 그림보단  글자를 대신하려나. 어쩌면 그림이 그리워질 날이 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고 싶고 쓰고 싶은 말 많은데, 언어소통 안 되는 외쿡인처럼 갑갑함과 답답함만 뺀다면. 한 글자 한 글자 물어 쓰는 것도 그렇고, 선생님이 자기 옆에만 붙어 봐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 글자 진도가 팍팍 나갈 수가 없음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어떻게 접근하면 좀 더 알기 쉽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자료를 찾다 보니 책장에서 오래전 아이들과 만들었던 문집을 발견했다. 조용한 가운데 사각사각 연필로  쓰는 소리만  들으며 전율을 느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문집을 보니 연필들이  합창하듯  화음을  맞추는.

이 역사적인 문집이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잊히고 말았을.


그러고보니  심장  젤  가까이  있다는  마음이란  걸  난 참 소중히  여겼나보다.

[아그들의  열린  마음] [일곱 살의  마음 이야기]

마음이  꼭  들어가는 걸  보니.

 


한 권은 복지회관 열람실을 이용하는 유치부에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만든 문집. 당시 그곳에는 열람실에 비치된 책도 읽을 수 있고, 각종 참고도서가 구비되어 중, 고등학생은 교과서와 문제집만 있으면 자기 공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지역주민에게 열린 공간이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아그들의 열린마음]이란 제목을 달아 문집을 만들었더랬다.

표지그림을  담당했던  여중 1학년  현영인  지금 화가가  되지  않았을까.   스으   정말  잘  그렸던  친구.


나중에 알게 되신 관장님. 시키지도 않은 일인데, 배짱과 열정 있어 보였는지 그 많은 분량을 인쇄소에 보내 책으로 만들어 주셨다. 그냥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직접 쓴 글씨체를 그대로 담아 묶어 만들 예정이었는데 말이다. 책 크기는 조금 작게 그림은 칼라로. 관장님 말씀 넣으시고, 아이들이 쓴 글씨와 그림은 그대로 살려주셨다.

마지막엔  숙영낭자의  일기란  제목으로  나의 글도  싣고.

 참여한 아이들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 각 도서관이나 모든 복지회관 로비에 비치할 수 있게 보내실 만큼의 많은 양을 주문하셨다는 얘길 관장님께 들었었다.



그 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엔 초등학교 방과 후 글쓰기반을 맡으면서 아이들과 문집을 만들곤 했다. 역시 아이들이 손으로 그린 그림과 삐뚤빼뚤 쓴 글씨를 그대로 담아서 엮은 것.

그렇게 아이들이 쓴 것은 엮어서 한 권의 작품집을 만들어주려 한 거 같은데, 정작 내가 쓴 글은 여기저기 흩어져 모으질 못했다.


다행히 브런치 플랫폼이라도 있어 차곡차곡 곳간의 곡식 쟁이듯 쌓아가고 있으니 어느 날 짜잔!! 하고 등장할 날이 있었으면.

하긴 브런치에서 이 매거진은 pdf 전자책을 발행할 수 있다는 문자가 몇 번 왔어도 개인적인 일을 누가 사서 볼 만큼의 무게 있는 글도 아니라 그냥 넘겼다.


내가 아니라도 글 잘 쓰는 이들의 책 만드는 것만도 많은 나무 양이 필요할 텐데, 어쭙잖게 나까지 덩달아 설치면 더 많은 나무를 베야할 테니 말이다.


이러면서 책 만들기, 1인 1 책 만드는 시대라고 하니까란 말로 사브작 사브작 나만의 책이라는 걸 만들고 있지나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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