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 길에 나이 드신 누군가 말을 걸어오셨다. 괜한 사람에게 엉뚱하게 물어본 건 아닐까 하는 조금 걱정스러운 맘과 함께.
나란히 걷다 화장실 들어갔다 나왔는데, 기다리시라도 한 듯 다시 만나 졌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사람 같다. 지나는 이들 무심코 볼 수 있었을 텐데, 내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신 분 같으니 말이다. 기회다 싶으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이 동네 터줏대감처럼 산책길나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이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이 다이어트를 위하던 건강을 위해 걷기에 집중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곤 이상하게 여기시고.
한 발 가다 멈추고 두 발 걷다 멈추기를 반복하니 도대체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인고 궁금증 폭발하기 직전, 도저히 참지 못한 날 물어보신 거였다.
더욱 이상하게 생각하신 게 있다며 하신 말씀. 사진을 열심히 찍고 간 곳을 가까이 다가가 아무리 들여다봐도 별거 없었다는 거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사진을 찍느냐는 말이다. 적어도 사진 갤러리에 담을 정도라면 이름 난 누가 봐도 그럴싸한 걸 찍어야지. 풀떼기나 돌멩이, 흙뿐인 이곳에서 걷기나 열심히 해 살이나 뺄 것이지.
“아무래도 어린 나이도 아닌 사람이 어쩌다.... 참 안 된 사람이로구나. 나사 하나가 빠져도 단단히 빠졌어.”
이런 생각까지 하셨다는 거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시며 등을 쓸어주신다.
나도 모르게 의도치 못한 장소와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사과를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드리니
“어휴,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고 계신 분을....”
다시 한번 무안해서 할 말이 없다고 하신다. 정작 난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미쳐야 미친다고 하더니 다른 사람 눈엔 내가 미쳐 보였나 보다. 그럼 성공이다.
그만큼 한 곳에 빠져들고 이상하다 여길 만큼 몰입해서 찍고 있었을 테니.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작품이 쏟아져 나오겠지.
어제 퇴근길 집 앞 화단에 내놓은 화분 속의 꽃 한 송이를 어린애가 따다가 도로 버린 줄 알고 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