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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18. 2021

[정신적 지주]

누군가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는 건 참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왜 이렇게 점점 이뻐지시는 거냐구요?”

6세 반 젊디 젊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쿡쿡 웃었다. 누가 누구한테 해줘야 할 말을 거꾸리도 아니고.


6세 반 2층, 7세 반 3층이라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만날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어쩌다 복도라고 복도에서 살짝 보이기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예쁜 말을 해주는 거다. 어쩔 땐 여러 선생님들이 있는데서 큰 소리로 말하기도 해 구석탱이로 데리고 갔다. 다른 선생님들 보기 민망해서.


처음 6세 반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할 땐 장난이거니 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하루 한 번 이상은 어디서든 만나 지니까. 어느 순간 어쩌다 못 본 날은 선생님이 어디 계시나 찾기까지 했다. 어른인 내가 이럴진대  영혼이 아주 맑고 깨끗한 울 쪼꼬미들은 어떨까 싶다.


식구들한테 매일 예쁜 말을 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다고 했더니 립서비스라는 말도 모르냐고 한다.

‘치이, 립서비스든 말든 그런 말 1도 안 해 주는 식구들보다 100배 더 낫구먼.’


커피 한 잔 사주면서 만남을 가지려 해도 쉽지 않다. 잔일이 많아 늦게 끝나기도 하고 데이트도 해야 하고

야외 만남은 되도록 자제해야 하니.


오후 시간 퇴근하는 나와 잠깐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인 그 선생님을 출입문에서 만났다.

“선생님은 저의 정신적 지주 중 한 분이세요. 선생님과 7세 반 임 선생님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제가 맘으로 정한 정신적 지주지요. 그래서 한 번이라도 부딪히지 않으면 하루 일이 끝난 것 같지가 않아요.”


“나도 선생님이 어디 계시나 목을 빼고 찾을 때가 많았어요.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는지는 정말 몰랐어요.”


“선생님의  높은  그 감수성이 참 좋아요. 지친 맘이 되살아나고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져요.”


어머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니. 선생님이 이쁘다고 말한 건 얼굴만을 얘기한 게 아니었다. 마음을 읽었나 보다. 자연에서 충만한 느낌을 충전받고 있는데, 그 미세한 느낌을 눈으로 읽어낸 그 선생님의 숨은 감성이 어떨지 짐작이 갔다.


올해 나이 28살, 7세 반 임 선생님과 동갑이라 맘도 잘 맞고 정신적 지주 중 또 다른 한 사람. 나도 그 선생님 눈에 들어오던데, 얼굴도 이쁜 선생님이 맘도 이쁘시단다.


우리 따닝과 같은 나이라 따닝 같은 선생님한테 매일 이뻐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정신적 지주] 참 기분 좋고 설레는 말이었구나.

내일은 예쁜 말 해 준 선생님께   햇호박으로  오늘  짜서  온 호박즙이라도 갖다 드려야겠다.

아쿵, 울 따닝도 안 마시던데, 나이 든 선생님은 어쩔 수 없어.'하려나.


 을  통틀어  가장   내 시선의  끝에는  호박꽃이  덩쿨이  애기호박이  누렁이호박까지   자리하고 있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것들이  나의 정신즥  지주였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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