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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Sep 08. 2021

사랑초는 사랑이다!

기품 있는꽃의 끝판왕  [토채보미술관 제 10회 전시작품]

아파트 통로를 나설 때면 인기척을 알아채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들립니다.

“야오옹 야오 옹옹~”

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귀 기울여 들어야 들릴 듯 말 듯한 가냘프게 우는 소리. 어디 있나 싶어 요리조리 들여다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꼭꼭 잘도 숨어 있나 봅니다. 그러다 눈에 띈  꽃입니다. 누군가 집 안 화분을 아파트 화단 한켠에 내놓았던 것. 그들에게 바깥공기와 바람, 햇살은 화분 속 생명의 새살을 돋게 하는 에너지원입니다.


도르르 말린 꽃송이의 오묘한 밝은 핑크빛 꽃.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요. 작은 꽃송이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  단아함, 그윽한 기품이 넘칩니다. 출퇴근길 아무리 바빠도 잠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이름도 사랑스런 사랑초, 꽃말은 당신과  함께 할게요란다.

꽃만큼 고상하고 우아한 이파리는 색감도 모양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자줏빛 삼각 이파리 모양 안에 밝은 보랏빛 하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세 잎이 모여 한 송이 꽃 같기도 합니다. 그 옆에 가늘디가는 줄기가 뻗어올라 보드라운 연분홍 꽃이 필 때면 은은한 미소가 절로 번집니다.

하루 이틀뿐만 아니라 여러 날을 아침, 저녁 도르르 말았다 폈다 하면서 쉬이  지치지 않으며 지지도 않습니다.  


고운 빛깔 한지에 밤새 사랑의 말로 쓴 편지지를 도르르 말았다가 아침이면 전하지 못하고 쑥스러운 맘에 웃어버리는  꽃, 사랑초!


놀라웠던 건 꽃이 질 때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 화려하게 피웠다가 투툭 꽃송이나 꽃잎을 떨구는 꽃들 같지 않고, 조용히 도르르 말린 채로 여러 날 지내는 듯합니다. 곧 꽃이  또 피겠지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는데요, 이미 사그라지고 없는 뒤입니다. 흔히 상스러운 말로 꽃이 지고 난 뒤의 모습도 추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초의 꽃 이름, 꽃말, 꽃송이와 이파리 모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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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한 가을하늘과 닮은 꽃 사랑초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하얀 구름과 파아란 가을하늘.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아침에 전시회의 문을 엽니다.



서비휘의 토채보 미술관

제 10회 전시작품


사랑초는 사랑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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