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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Sep 08. 2021

하얀 불꽃 터지듯 팡팡!!

정구지꽃 [토채보 미술관 열한 번째 전시작품]

비 오는 날은 뭐니 뭐니 해도 따땃한 온돌방에 배 깔고 드러누워 뒹굴거리는 맛이 최곱니다.  지글지글 부침개 굽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잊을 만하면 시엄니께서 손수 기른 푸성귀를 택배 상자에 꾹꾹 눌러 보내십니다. 손품, 발품 팔아 애써 기른 것들이 잘 손질되어 신문지 망토를 두르고 비스듬히 누웠습니다.


이것저것들 중 우리 갱상도 말로는 정구지, 서울 사람 말로는 부추라고 이름 불리는 것이 들어있습니다. 비까지 내리면 부침개 반죽은 이미 시작되고 있지요. 조갯살과 홍합 얼린 거, 풋고추, 정구지, 방아잎까지 들어있는 걸 보고서 어찌 반죽을 하지 않겠습니까?


“지글지글 쫘아악~~~!!”

달궈진 팬에 두른 기름과 부침개의 반가운 만남 소리입니다.

이쯤 되면 군침은 자동반사로 입 안을 돌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정구지 또는 부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인가, 텃밭에서 하얀 불꽃같은 폭죽이 터지는 게 보였습니다.

호기심 많은 서비휘가 가만있을 리 없었겠지요. 하던 일 내팽개치고 한걸음에 가까이 갔습니다. 그곳엔 놀랍게도 부침개 반죽의 단골손님 정구지 또는 부추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처음 본 정구지 꽃의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요렇게 많도록 정구지꽃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산 것이지요. 부침개 해 먹는 정구지꽃이 필 거라는 상상을 아예 하지 못했습니다.


 텃밭을 오가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정구지꽃도 그중 하나인 셈입니다.


쭈욱 뻗어 올린 꽃대에 얇디얇은 막에 싸인 한 송이. 그곳이 벌어진 순간이 놀라웠습니다. 수많은 삼각뿔 모양의 꽃송이가 오종종 한 가득 들어앉은 것입니다. 한 송이만 필 거라는 나의 생각을 깡그리 무시하고선.

그것들이 하나하나 터지면서 불꽃놀이 같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얀색 꽃만 있을  알았던 정구지 꽃이 연보라 꽃도 있다는 것을 보곤 뒤로 나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자연은 지구 상의 생명체는 알면 알수록 놀라움, 경이로움, 감탄, 탄복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두둥두둥!!! 토 채보 미술관 열한 번째 전시작품은 저를 또 놀라게 한 정구지  또는 부추꽃을 준비했습니다.

역시 서비휘는 갱상도 사람이라 정구지꽃이 더 경겹게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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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채보 미술관


제 11번째 전시작품


하얀 불꽃 터지듯 팡팡!! 정구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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