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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Sep 13. 2021

해, 달, 별을 껴안은  나팔꽃!!

나팔꽃을 꼭 닮은 메꽃 [토채보 미술관 12회 전시작품]

잘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사시사철 예쁘고 환한 꽃을 만납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는 꽃보다 모르는 꽃이 더 많아져 아는 체 못함이 아쉽습니다. 하나하나 이름을 찾아보면 좋으련만, 낯선 꽃을 찾아볼 만큼 끌리지 않아 그런 애정까진 없나 봅니다.


채송화, 봉숭아, 샐비어, 맨드라미, 나팔꽃 거기다 과꽃까지 합체하면 완벽한 여름 꽃밭이 되곤 했는데요, 외쿡에서 들여온 꽃에 다 밀려나고 어쩌다 군데군데 엉성하게 만납니다.


어릴 적부터 봤던 꽃이라 낯익어서 그럴까요? 흐드러지게 핀 낯선 꽃들보다 한 두 송이 피어있는 아는 꽃이 더 반갑습니다. 어릴 적 같이 놀던 동무를 만난 것처럼 말입니다.


도로나 산책길 화분에 심어 기둥마다 장식용으로 걸어둔 꽃들이 환해서 가까이 가보면 나팔꽃을 닮긴 해도 나팔꽃이 아닙니다.

이름도 모르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되었습니다.


그럴 즈음, 개울가 아무렇게 심어놓은 호박 덩굴 위나 화단이라고 하긴 손이 덜 간 외진 곳에 주인 노릇하는 나팔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연한 핑크빛을 띠는 나팔 모양의 꽃은 나팔꽃이 아닌 메꽃이라고 합니다.


“따따따 따따따 주먹 손으로 따따따 따따따 나팔 붑니다~”

나팔꽃을 보는데 왜 이 노래가 생각나는 것일까요?

나팔꽃과 메꽃의 모양은 비슷합니다. 나팔꽃이 씨앗으로 번식한다면 메꽃은 뿌리로 번식하는 것이 다릅니다.


메꽃이 이른 아침  모두를 깨워줄 거 같은 경쾌함과 시원함이 있다면, 나팔꽃은 강렬한 듯 매혹적이고 고혹적입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연주회장에 앉은 착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토채보 미술관에서는  나팔꽃과 메꽃의 사진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나팔꽃의 색은 여러 색이 섞여 자세히 보니 정말 오묘합니다. 둥근 해 안에 별과 달을 껴안은 듯. 삼라만상 다 녹아든 꽃처럼 보입니다,


짙은 보라와 자줏빛은 콘트라베이스가 빨강과 진한 분홍에선 첼로 소리가 날 듯. 흰색과 청 보라꽃에선 비올라 소리가 진한 주황색의 작은 꽃송이도 나팔꽃 종류라는데요, 둥근 잎 유홍초 나팔꽃이랍니다. 처음 들어보는 나팔꽃,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게 높고 경쾌한 바이올린 소리가 날 거 같습니다.


눈길이 닿을 때면 색감에 어울리는 소리에 이끌리듯 저절로 다가가게 됩니다. 심장을 닮은 하트 모양의 이파리와 세 갈래로 갈라져 끝이 뾰족하게 생긴 이파리도 있는데요, 피아노로 화음을 넣어줍니다.


연한 분홍빛 메꽃에선 애잔한 듯 멀리까지 퍼지는 소리 오보에 가 들리는 듯합니다.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곡이 된 것처럼 나팔꽃의 여러 색들과 메꽃이 어우러져 참 아름다운 나팔꽃 밭이 되었습니다.






토채보 미술관



제12회  전시작품



해, 별, 달을 껴안은 나팔꽃과  그 꽃을 닮은 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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