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그 도로 옆을 지나다녔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털끝만 한 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어제까지 없던 것이 오늘 뚝딱 생겼다고 하기엔 줄기가 길게 뻗어 서로를 엄청 휘감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꽃이 진 자리엔 씨앗까지 영글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그곳에서 뿌리내리고 있던 게 아니었던 거지요.
어찌 된 일일까요.
어젯밤 브런치 토채보미술관 매거진에 나팔꽃과 메꽃의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나팔꽃 중에 하양이 있단 글귀를 보긴 했습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정말 있긴 한 건가 싶어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의도치 않게 빠져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서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책길에 일부러 나서야 만날 수 있었던 나팔꽃들. 하양 나팔꽃만큼은 출퇴근길 관심만 가지면 늘 볼 수 있는 자리에 있었거든요.
출근길 후광이 비치듯 그들이 두 눈에 가득 들어온 겁니다. 솔직히 좀 많이 놀랐습니다. 나팔꽃이라기 보단 초롱꽃에 가까운 꽃 모양이라 긴가민가 하기까지 했습니다.
주변의 식물을 휘감는 성질머리와 이파리를 봤을 때,
‘저도 나팔꽃이에요. 저를 왜 빠뜨리셨어요? 많이 서운했어요. 늦지 않게 알아보셨으니 쵸큼 고마워 할게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지요.
출근길엔 나팔꽃이란 확신이 없어 조금만 찍었고요, 퇴근할 땐 좀 더 자세히 봐야지 하고 다가갔어요. 아직 나팔꽃을 잘 모르는 저입니다.
꽃잎 오므리는 시간임을 깜박한 것이지요. 어쩜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느슨하게 또는 꽉 쪼이는 똥꼬처럼 모으고 있었어요.
태어나서 하양 나팔꽃을 처음 본 저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꽃보다 이파리가 더 크고 자세히 봐야 흰빛에 살짝 감도는 연분홍 나팔꽃.
나팔꽃 무리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미안함에 단독 전시회를 열어주고자 합니다. 많지 않은 사진은 출근길 찍어 보태주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