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 된 사람 될 야구선수 L

10년 뒤엔 모두가 아는 유명한 선수되길.

by 서비휘

매일 아이들과 정원 놀이터에서 바깥활동할 수 있음은 요즘 같은 시절 참 귀하게 여겨진다.

한시도 조용할 날 없던 아파트 놀이터가 잠잠한지 꽤나 오래되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를 일.


정원 놀이터라 불리우는 유치원 앞뜰은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물 빠짐 매트가 깔려 있어 폭우나 장맛비가 쏟아지는 여름날에도 비만 그치면 나가 놀 수 있는 마법의 장소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흙탕물이 튀고 물웅덩이가 생기는 흙길이 정말 좋은데... 비가 오는 날은 모두가 함께 하루 종일 지내기엔 뒷수습해야 할 일이 많아지니. 서울 하늘 아래 흙길 찾기는 모래놀이할 수 있는 놀이터 찾기만큼 힘들어졌다.


땅 밑에 진흙이라도 있는 곳은 쉬이 빠지지 못한 물이 고이고, 그걸 본 아이들 가만 놔 둘리 없을 테다. 첨벙첨벙 튀기면서 놀다 보면 다음 활동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선생님들 지쳐 나가떨어질 판이니. 모두 모두 옛날이야기인 셈이다.


바깥활동을 위한 안전수칙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뒤, 자유놀이가 시작된다.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타고 오르내리는 친구도 있고, 미끄럼틀 아래 꼭꼭 숨어들어 교실에서 못다 나눈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도 있다. 맘 맞는 친구랑 쿵더쿵 동물 캐릭터 시소를 타며 엎어지고 넘어지며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음을 하늘 높이 날린다.



한쪽에선 꽁냥꽁냥 모습을 보이는 게 팔랑팔랑 사이좋은 한 쌍의 노오란 나비 같다.




대개 많은 아이들은 신나게 발로 공차며 뛰놀 수 있는 축구를 좋아한다. 남자아이들이 많고 여자 아이들도 참여한다.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여자 친구 L이 있다. 키는 여자, 남자 통틀어 머리 하나만큼 더 있고, 팔다리도 길어 배구선수 김연경 선수를 보는 거 같다. 이다음 커서 야구선수가 꿈인 친구.


한 달에 한 번 그 달 생일인 친구들 파티를 해 주는 날엔 나머지 아이들도 자유복을 입을 수 있는 날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여자 아이들은 파티복에 가까운 드레스를 입고 왔다. 남자아이들은 생일 당사자만 깔끔한 셔츠차림.

여자 아이들 중 L만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


바깥 놀이에서 공을 찰 때 편하게 보여 L에게 물었다.

“L아, 드레스 안 입고 왔어?”

“저 치마 안 좋아해요. 치마 하나도 없어요. 남자아이들과 노는 게 더 재미있어요.”

그동안 날씨가 더워서 그랬나. 자유복 입는 날 치마를 입고 왔어도 별 표시가 안 났다.

선선해지니 아이들 원피스가 형형색색 파티복 같다 보니 더 눈에 띄었나 보다. 예쁘고 화려한 옷이 부러워 보이지 않으니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뛰놀 수 있을 거다. 한시도 가만히 놀지 않고 뛰어다니며 잡히고 잡으러 다니는.


L은 그림을 그릴 때도 등장하는 친구들과 공놀이나 야구방망이를 든 모습이 정말 씩씩해 보인다.

“처음엔 OO 이는 남자다.”

같이 놀고 싶은 친구들이 놀리곤 했다. 남자아이들과 놀고만 있으니 한 두 명이 참다못해 말하고 몇몇이 따라 하는. 친구들이 주의를 받기도 했지만, 그런 말에 별 개의치 않는 L.

요즘은 모두가 그러려니 하는 거 같다.


L의 씩씩함과 해맑음의 에너지가 정말 좋다. 마주하면 파이팅이 같이 넘친다. 10년 뒤 쯤이면 양궁 안산 선수나 배구 김연경 선수처럼 꼭 이름 난 사람, 된 사람인 여자 야구선수 L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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