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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속의 쪼꼬미들
빛나는 돌친구
이루어져라, 얍!!!
by
서비휘
Sep 16. 2021
“엄마, 이 돌들이 다 뭐야?”
흙 묻은 돌멩이를 씻으려 세면대 안에 넣어두고 나왔는데, 그 사이 씻으러 들어갔다 봤나 보다. 따닝의 말속에는
‘우리 엄마 못 말리는 엉뚱함 누가 말려, 아무도 못 말리지!’
하는 거 같다.
쪼꼬미들과 작품 만든답시고 뭐든 주워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페트병, 요구르트병, 나뭇가지, 모래, 돌멩이, 솔방울, 도토리, 밤송이, 벼이삭, 이름도 모르는 열매들. 자연물로 쪼꼬미들 손을 잡고 작품을 많이도 만들었다.
반들반들한 돌멩이를 무겁게 주워와 깨끗이 씻으러 놓은 건 불쑥 떠오르던 얼마 전 일이 생각 나서다. 유치원 주변 세 곳의 야외 놀이 공간.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대형 놀이터, 앞뜰의 정원 놀이터, 또 한 곳이 넓은 마당이 있는 대운동장이다.
여럿이 사용하는 대형 놀이터에는 나가 놀지 못한 지 꽤 오래되었다. 대운동장에서 놀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얼음땡 놀이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뛰어다녔다. 땀이 나올 만큼 뛰다 힘든 친구들은 하나 둘 쪼그리고 앉아 놀았다. 즐겁고 신난 놀이를 마치고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섰다.
세 명의 여자 친구들이 엉덩이를 반쯤 든 채 운동장에서 두 눈을 떼지 못한다. 한 손에는 이미 소중한 뭔가 들려 있는 듯 주먹을 꼭 쥐고 있다. 기다리고 있음을 알리며 빨리 재촉을 하는 만큼 아쉬움의 발을 더 떼놓지 못하는 듯. 끝없이 봐주거나 기다려 줄 수도 없다.
다음 수업에 시간 맞춰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변해야 하는 시간 하던 걸 멈추고 다음 것을 재빨리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 분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잘한다고 좋아한다고 시간 개념 없이 오랫동안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다 모여라, 다 모여라!”
아이들이 합창으로 외친 지 수분이 지난 뒤 두 손을 꽉 감싸고 뛰어왔다.
현관문으로 들어가기 전, 감싸 쥔 두 손을 펼쳐 보이는데, 작고 작은 돌멩이가 들어있다. 세 명의 것을 받아 들고 화단에 휘익 던졌다. 정말 아무 느낌 없이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안돼~ 나의 보물들.”
“잘 가~ 보미야.”
후다닥 뒤따라 쫓아가도 가장 먼저 올라간 친구와는 한참 벌어질 거리인데...
아랑곳 않고 인사 나누는 그 작은 목소리.
그 짧은 사이 생명체를 대하듯 대화를 하고 있었다니. 줍는 순간 살아있었던 거다.
그 작은 소리가 내 맘에 콕 박혔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가.’
그 많은 돌멩이들 중 보물처럼 고르고 골라 주은 것을 적어도 물어는 봤어야 했다.
‘그 돌들을 어떻게 할 거냐고.’
이미 던져버리고 난 뒤였다. 다시 주워 돌려주긴 다음 수업에 늦었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걸 무시한 채 너희들이 늦게 와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며칠이 지났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맘이 편치 않고 불현듯 그 일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내가 길 위에서 하는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그이가 날 이해해 주지 않을 땐 많이 서운해했으면서.
그 생각까지 미치자,
작은 돌멩이에게 생명 있는 아이처럼 대하는 아이들의 맘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40개가 넘는 돌멩이를 주으러 다녔다. 꽤나 무거운 걸 들고 온 첫날은 따닝이 물어봤던 거였고, 이튿날은 재택 중인 그이가 말했다.
"돌을 왜 자꾸 주워 오는 거야? 구청에서 돌 치울 사람이 부족하대?"
"구청에서 돌값 내놔라 안 하면 다행이지. CCTV 보고 있다가 잡으러 올까 봐 겁났어."
실없는 사람 다 봤다길래 난 소리 내어 웃었다.
잘 씻어 햇볕에 바짝 말려 가면 짜자잔~ 무생물에서 생물로 변신하는 순간이 주어질 텐데, 생각만 해도 재밌는 것이다.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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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나 걱정 들어주는 걱정인형을 만드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어리디 어린 일곱 살의 걱정과 고민거리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지난번 대운동장에서 주웠던 돌을 물어보지 않고 버린 거 선생님이 미안해서 모두에게 줄 돌을 줍게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이 생각지 못한 선생님의 사과를 듣곤 잠시
귀기울여 듣는듯 조용해졌다.
역시 자기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
아이들은 돌멩이에 소원 요정, 걱정 요정, 빛나는요정, 행운요정
을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
만들자고 안 했으면 어쩔 뻔
할 정도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머리를 다쳐 수술 한
작은
부위에 머리카락이 나지 않아 걱정,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어 정말 몰랐다.
엄마, 아빠가 예쁜 말, 친절한 말, 화내거나 짜증내며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정말 많았다. 아빠가 맴매 좀 안 했으면 하는 친구도 있고.
유치원 끝나고 집에 가면 공부 좀 그만 시키고, 게임 좀 하게 해 달라는 소원,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아빠랑 엄마랑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는 소원도 많았다. 내일 15명은 또 무슨 소원을 말할지.
정말 일곱 살은 다 큰 어린이였다. 생각주머니가 얼마나 큰 지 잴 수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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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놀이터에서 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즐겁고 신나 보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의 변형버전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허수아비 꽃이 피었습니다. 개구리 꽃이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사랑꽃이 피었습니다.”
허수아비 흉내 냈다가 개구리 흉내, 해바라기 꽃 흉내, 사랑꽃에선 둘이 꼬옥 끌어안는다.
귀엽고 참 많이 사랑스러운 녀석들. 모두 모두 빛나는 요정들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잘 놀고 질 쉴 수 있을 때 장의적이고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잘 적응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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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휘
하나의 주제를 사적인 경험으로 풀어 맛깔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사진으로 선보이는 토채보 1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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