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5G라 쓰고 오 그람이라 읽는다.
5G라 쓰고 5g이라 읽는다.
안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 투성이 삶이다. 배우느라 익히는데, 구멍은 어디서나 뻥뻥 소리를 내고 있다. 철판이 깔릴 때도 됐는데, 민망해져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때가 자주 있는 것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이도 많다던데, 어찌 된 게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도 제대로 모른다.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디지털 세상에 들어가면 바라볼수록 보물, 또는 보배 그런 것이 아닌 바로 보이지 않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거다. 바보 멍충이!
이름도 스마트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웃음거리나 놀림거리는 항상 휴대폰이나 컴퓨터 사용에서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쓰는 기능만 어찌어찌 배워 쓰다가 낯선 기능 앞에선 벌벌 거리는 모양이라니. 운전 겨우 배운 초보자가 복잡한 도로 아닌 도로만 나와도 꽉 쥔 핸들에 온통 힘이 실리듯. 다른데 배분할 정신이 없으니 새 기능은 벌벌 떨며 기어 다니다시피 하는 것이다.
여러 단톡방에서 잠시 한눈팔면 빨간 숫자 불이 켜지면서 정말 많은 정보가 올라간다. 읽지 못하고 휘리릭 빨간 불 끄는 것만도 한참 걸리는 거다. 꺼주지 않으면 전신을 내리누르듯 압박이 느껴져 이 방 저 방 켜져 있는 방의 불을 꺼주러 다닌다, 방 전등 하나 끄고 절약하듯 카톡방의 불 하나 꺼주고 맘 진정을 찾는 거다.
불을 끄러 다니다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갤럭시 s10 5g...]
평소 같지 않게 큰소리로 읊고 있었다.
“갤럭시 에스 텐 오 그람...”
소파에 기대 뉴스를 보고 있던 그이 귀에 이 말이 들렸나. 말이 끝나기 전인데, 웃음보가 터졌다.
순간, 뭐가 잘못된 건 같은데, 뭔지 모르고 있다.
방에 잘 있는 따닝을 부르긴 왜 부르는 거야. 혼자 웃기는 부족했는지
“딸냄~ 니네 엄마 얘기 좀 들어봐래이. 파이브 G라 쓰고 오 그람이라 읽는다고 아니고.”
‘아차! 파이브 G가 있었지.’
방에서 걸어 나오는 따닝의 거드는 말이 더 얄밉다.
“역시 우리 엄마다운 읽기야. 5G의 G가 소문자 g로 적혀있으니 5그람이라 이 말이지?”
그이와 따닝은 평소 생각도 잘 맞지만, 엄마 놀릴 거리 하나 더 생기면 더더욱 쿵쿵짝이다. 아드닝만 많이 챙긴다고 불평불만하던 걸 풀기라도 하듯. 둘이서 히히덕 거리는게 아주 신이 났다.
“나니까 같이 데리고 살아주는 기다.”
무식쟁이 마눌을 누가 데리고 살아주겠나, 마음 넓고 아량 있는 나니까 데리고 살아주는 거지라는 뒷말이 생략된 말로 쐬기까지 박는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셋이 아이폰을 사용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할 때부터 내 맘은 동떨어졌고, 외딴섬이었다.
난 바깥에 꺼내진 세상 보는 것만도 미어터질라 하는데...
하긴 저녁 무렵 재래시장 장 보러 갔다 현금 없어 카드 내미니 성함과 계좌번호 적힌 걸 내미신다. 카드기 없으니 결제 안되고 계좌이체는 가능하시다면서.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보란 듯이 계좌이체를 해 드렸다.
깔끔했다. 영수증을 받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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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닝한테 계좌이체 부탁하고 현금 찾아다 주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말이다.
아드닝은 친구들끼리 토스로 계좌이체 몇 번 이상 하면 수수료 나간다며 날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 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배웠던 걸 참 손쉽게 잘도 쓰고 있는 거네.
카드 없이 나가도 휴대폰은 꼬옥 지니고 다니니까. 급히 살 물건이 있을 때 카드나 현금 없어도 살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었다. 디지털 세상으로 안 들어갈 수가 없는 거네. 편하고 빠르긴 하다. 역시 갤럭시 5그람이 아닌 파이브 G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