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깃국으로 끓인 저녁을 다 같이 먹고 난 후, 아들은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따닝과 셋이서 tv를 보다 말고, 그이는 뭔가 생각난 듯 큰 소리로 아드닝을 불러냈다.
“아들~ 나와 봐.”
뭔 일인가 싶어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아들을 향해
“며칠 있으면 아들 생일이잖아. 생일이나 용돈 챙겨주는 것도 올해가 끝일 거 같은데, 아빠가 선물로 애플 워치를 사주었으면 해. 어때?”
선물을 빙자한 내년부턴 네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대놓고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시대에 발맞추어 가는 것도 좋아! 라던가, 첨단기술이 들어있으니 하나라도 빨리 배우고 익혀 놓으면 좋을 걸.
뭐 그런 것도 아닌 다들 애플 워치를 차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이의 표현은 기억 안 나는데, 스타일이나 패션의 완성 폼생폼사 그런 말로 들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무슨 애플 워치 싶었지만, 아들의 반응 또한 그리 시원하거나 명쾌한 답이 아니었다.
“굳이 애플 워치를?”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갖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 없다는 말이었다.
“선물 사 줄 거면 뭐 갖고 싶은지 먼저 물어봐야지, 아빠 사주고 싶은 걸 강요하면 어떡해.”
입 다물고 가만있을 걸. 나도 모르게 벌써 말이 튀나가고 난 뒤였다.
아빠 나름 아들이 자기처럼 즐겨 차고 다니며
‘이런 이런 점이 편리하고 좋아요!’
라는 그림을 그렸을 텐데, 의외의 반응에 놀라는 듯. 마눌은 거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판을 뒤엎어 놓았으니. 기분이 살짝 나쁜 듯했다.
“아들, 그럼 양복 한 벌 맞추는 건 어때?”
“그거 좋겠다. 앞으로 친구들 결혼식도 있을 테고, 면접 보러 갈 때도 필요할 테고.”
그이 말 떨어지기 무섭게 나온 나의 반응이라니. 참 단순하기 그지없고 현실녀에 가까운 답이었다.
아들도 양복이 나을거 같단 생각을 말한 뒤 들어가니 그이는 말한다.
"선물은 주고 싶은 사람의 맘대로 사 줄 수도 있는거야."
아직 맘이 덜 풀렸나보다.
그이는 아들이 폼 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지 대학 들어가자마자 운전 배워서 차 몰고 다니길 바랐다. 그에 비해 나는 대중교통 이용하다 차 기름 값이라도 스스로 댈 능력이 될 때 차 몰기를 바랐다.
애플 워치도 마찬가지였던 거. 눈에 띄는 큰 기능이 있다면 모를까. 그것을 차고 다니며 폼생폼사 할 거라면 폼 낼 정도의 자리 나 위치가 됐을 때 해야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깔려 있었던 거다.
그이는 말과 생각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이의 잠재된 깊은 내면의 밑바닥을 알 수가 없으니 원하는 탐탁잖은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다.
애플 워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관심 갖고 사고 싶어 들썩거리던 어느 날, 떡하니 배달되어 온 그이를 이해 못하는 반면 그이는 내가 이해 안 되는. 딸의 애플 워치가 도착되고 하루 이틀 지나 그이 것도 배달되는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둘 다 무엇에 필요한 것인고?'
딸은
‘우와~ 아빠도 애플 워치를? 우습다. 놀랍다. 아빠가 무슨 용도로 애플 워치를?’ 그런 표정이었던 듯싶다.
몇 달이 지났다. 둘은 열심히 그 기능을 활용하여 무슨 용도인지 모르지만 잘도 이용하는 듯싶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한 몸처럼 지내는 걸 보면.
아들과 나는 그것이 없어도 왜 필요한지 없다한들 불편함 또한 모르고 살고 있다. 아들은 필요하다 느끼면 언제든 사서 그 기능을 금방 익힐 테지만, 난 한참 걸릴 테고.
누군가 선물로 준다 해도 휴대폰 들여다보는 것도 오래 보지 못하는데, 그 작은 네모 안의 기능을 들여다보는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이는 이런 생각 자체가 이해 안 되고 맘에도 안 들고.
없던 게 나올 땐 그것에 대한 궁금증과 그 기능을 활용하며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신기해하며 200% 활용 가능한 그이와 신문물에 대한 건 0%에 가까울 만큼 더디고 못 알아먹는. 관심이라곤 콩밭에 가 있고 기계에 대한 거라곤 똥 손이니.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할지 짐작은 가고 남음이다.
휴대폰을 가까이 두지 않아도 급하게 온 연락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고, 지금은 건강체크 등이지만. 앞으론 그것이 발단이 되어 무궁무진하게 연결이 되고 파생되어 나갈 텐데...
안타까운 듯 쳐다본다. 그 눈길이 싫긴 한데, 어렵다.
기계 안을 들여다보느니 차리리 자연물을 한 번 더 봐주지 싶은 거다. 가상과 현실 공간을 자유로이 넘실대며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꼴은 가상은 가상이고 현실은 현실이야. 이러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가 아닌 바로미터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긴 한데. 그 무덥던 여름 어디 가고 가을 가을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 허물어짐도 진즉 다가왔는데, 센스 발바닥인 나만 감지가 안 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메타버스 지나가면 어쭙잖게 손이라도 살짝 흔들어 보일 때가 됐나(?) 창 밖을 내다봐야겠다. 메타버스 지나가나 안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