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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Sep 30. 2021

워워!!

맘 누그러뜨리기

작은 일 하나도 내 맘 내 멋대로 다스리기 쉽지 않다. 알 수 없는 주변인으로 기분이 좌지우지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출근길 시내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젊은 기사님의 작은 행동으로 앞자리에 앉은 나는 그 언짢아하는 기분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야 했다. 두근대고 불안해지는 마음을 없애려 해도 소용없었다.


집 근처 도로 아스팔트를 새로 까는 공사가 진행 중인 모양. 오고 가는 1차선 도로다 보니 순식간에 차가 막히고 밀렸다. 좁은 공간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 먼저 빠져 가겠다고 아우성 치니. 교통지도 하시는 분들이 나오셔서 차를 빼주고 받아들이며 정리를 하는데도 쉬이 빠지지 못했다. 시간이 평소와 비할 바 못되게 많이 늦어졌다.


1초가 멀다하고 따발총처럼 욕을 하신다. 정해진 시간 내에 다음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는 약속은 있을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고, 늦어질 경우 알림판에 뜨지 않나. 다음 차 도착 시간 몇 분이라고.


시내버스 기사님께 벌금이 따로 붙는 것인지. 어떤 사정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욕을 어찌나 해대는지. 귀라도 틀어막고 있으면 좋으련만, 하필 이어폰도 챙겨 나오질 않았으니. 씩씩대며 연신 해대는 욕 한 바가지 다 듣고 있자니 불안하고 많이 불편했다.


쉼 없이 차들이 다니는 차도의 공사장. 시내버스가 끊기는 한 밤중에 공사를 하라는 얘기인지, 뭔 말인지 중얼중얼 거리며 욕을 사이사이 끼워 내뱉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 한 명 기사님께 그 욕 좀 하지 맙시다 란 말은 하지 못했다.


다른 승객들은 기사님께서 욕하거나 화 낼 만하다고 여기는 건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비상벨이 차 안 가득 계속 울려대도 모두들 무반응. 언짢다고 느꼈어도 한 마디 던졌다가 열 마디의 욕을 얻어먹을 게 눈에 보였나. 신경 거슬리는 소리에도 모두 잠자코 있었다.


나만 신경이 쓰인 건지 모두들 아무렇지 않은 척 한 건지 휘 한 번 돌아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신경 쓸 일들이 많으니 그런 것쯤이야 생각하신 건가.


비상벨을 계속 켜놓고 달리니 시끄럽고 불안감 조성시키는데, 1등 기사님이었다. 공사장을 한참 벗어날 때까지 씩씩거리는 맘 안 풀렸는지 요란하게 틀어놓고 운전하시더니 어느 순간 끄셨다.


세상 평온하고 조용해졌다. 그제야 맘이 제 자리를 찾아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것만 봐도 내 기분 내 맘대로 하지 못하고 아무 관련 없는 주위 사람의 행동과 말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할 수 있다. 대책 없이 옮겨 붙는 불처럼.


비결이 있으면 좋으련만. 괜한 사람으로 인해 좋은 기분 망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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