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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07. 2021

패대기

지금 하는 행동이 패대기치는 건 아닐까.

평소 눈인사만 하고 지내던 동네 사람을 산책길에서 만났다. 나보다 열몇 살 더 많은 언니뻘 되시는 분이시다. 젊었을 때부터 헬스로 다져진 몸이셨고, 짧은 반바지와 나시만으로 구릿빛 건강한 몸을 드러내며 다니시는 분. 한여름  따가운 햇볕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하셨다. 겨울을 잘 나기 위한 월동 준비의 하나라면서.


내게는 햇살, 햇볕 바라기 하시는 분, 많이 부러운 분인데...


모두들 집 가까이 주욱 이어진 숲길이니 앞마당 다니듯 지나다니신다. 그중 몇몇 분은 산책길의 주인 같은 터주 대감이 몇 분 계시다는 거.


오가는 길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나 어쩌다 한 번씩 집에서 금방 나온 듯한 편한 차림이 아니었다. 가벼운 등산복으로 차려입었거나 허리나 기록 팔찌를 차는 등 부지런히 운동으로 삶이 이어진 사람들이었다.


반대편 길에 언니의 아는 분이 지나가신다. 옆에 내가 있으니 가벼운 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니 알게 되신 분이라며.

별 궁금하지 않은데, 얘기가 이어지신다. 6년 전 수술을 하셨고, 지금까지 요양하면서 산책과 운동으로 몸을 돌보고 계신 분. 거기에 자기 자랑이 엄청난 분이시란다.

아들이 금속회사  다니는데, 큰 아파트를 장만해 주고 12인용 식탁까지 들여놓아주었다는. 식탁과 회의실 겸용으로 쓰라면서.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험담까지 듣게 되었다. 하루는 둘이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나 걷다 말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단다. 그러던 중 그 분과 친분 있는 어떤 여인이 나타나자,

“자기야, 나왔어?”

반갑고 애교 섞인 인사를 하더니 언니를 패대기치듯 내던지고, 어떠한 말 한마디 없이 그 여인과 가버렸다는 것이다.


‘먼저 가 보겠다거나 또 만나자.’ 등의 인사말이라도 하고 갔으면 이리 서운하진 않았을 거라는.

‘나는 뭐지, 지금껏. 유령인간?’

살다 보니 별 이상한 대접도 다 받으며 산다 싶어 그 당시엔 많이 서운하고 속이 상하셨다는 거다.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어느 날, 길 위에서

 ' 내가   언제  널 서운하게 했었니? 난 아무것도 모르는 일인데...'  라는

표정을 지어 보여 괜하게 자기만 꽁한 옹졸한 사람인가 싶으셨단다.


 당연히 그 여인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런 일이 있은 후 어쩌다 길에서 만나는 사이마저 거리를 두고 싶더라는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그 여인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같이 가자는 얘길 꺼냈는데, 자기 말을 무시하고 쌔앵 가버렸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더라는.

‘당신 하는 행동을 봐선 충분히 그런 대접받고도 남을 것이오. 아이, 고소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려줄 땐  살짝  달뜬 마음마저  느껴졌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지금 내가 일곱 살 아이들의 신경전을 듣고 있는 것인가 싶다.

매일  끊임없이  이르고  또  이르는.

누구는 어쨌다는  이야기.  그래서  나를  향한 비난  ,  비웃음을  듣고  기분이  나빠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듣고  보는데...


어른들도 아이들과 다른 것이 하나 없었다. 세월 흘러 나이 숫자만 더 많아지고, 맘 크기는 고대로.


패대기는 가족과도 가족 아닌 다른 이들과도 서로를 쳐대며 살아가는 것이로구나 싶다.

패대기를 치는 사람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패대기를 당하기도  하고.


그러니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패대기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재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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