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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16. 2021

요기요기 붙어라.

마스크 벗고 놀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옛것이 그리운 계절. 이번 달 전통놀이가 아이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인 덕분일 터다. 원 곳곳에 어릴 적 골목이나 공터에서 놀았던 놀이가 체험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어 더 그런 듯하다. 




그런 덕에 골목을 누비고 다니던 좁다란 길목과 어릴 적 친구들이 생각났다. 굴뚝에서 몽그르 피어오르던 연기만큼 번져가는 구수한 밥, 찌개 냄새가 좋았어도 노는 것은 더 좋았던 듯.  그러니 밥 먹으라 불러도 불러도 들어가질 않고 놀았겠지. 엄마가 목 터져라 불러도 안 들어오니 나와서 붙잡아 갈 때까지.


요즘 유치원 아이들은 바깥이 아닌 실내에 마련된 전통놀이 공간에서 규칙을 배운 뒤 놀이를 한다.

어른인 누군가 따로 가르쳐 준 적 없이 바깥만 나가면 꼬챙이 하나로 쓰으윽 쓱 오징어 땅콩이나 사방치기. 달팽이 집 등 땅바닥, 어쩌다 버스 한 대 지나가는 신작로가 놀이터 그 자체였던 우리와는 다르게. 둥글납작한 돌이나 공기놀이할 수 있는 적당히 자잘한 돌멩이만 주우면 놀이 장비 끝. 


거기에 여자아이들은 검은 고무줄, 남자아이들 연필 깎기 칼 하나 첨가하면 놀이는 풍성해진다. 한참 잘 놀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고무줄을 끊어 도망가는 짓궂은 녀석을 잡으러 뛰어다니다 보면 단방구로 이어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게 되고.


지금 생각해보니 니네들끼리만 재미있게 놀지 말고 다 같이 놀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 범인 잡으러 다니다 보면 고무줄놀이는 흐지부지 되고 다 같이 뛰 다니며 놀고 있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여자끼리 할 수 있는 놀이가 고무줄 뛰기였으니 남자아이들 심심하다는 애꿎은 표시였을 터. 구슬치기는 남자아이들이 많이 한다 해도  다 같이 홀짝을 할 수 있고, 여자 아이들이 끼이려면 얼마든지 같이 놀 수 있었다.


구슬치기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왕 구슬 하나에 작은 구슬 5개였나, 10개였나 바꿔주기도 했다. 주먹 볼록하지 않아도 왕 구슬 하나 들어있으면 든든했다. 크기가 다르기보다 구슬 안 무늬가 한 가지 색이 아닌 여러 가지 색으로 남달랐던 거 같다.


요즘 아이들 밖에서 놀이해도 좋아할 텐데, 마땅한 공터나 땅이 없으니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같은 시간대에 놀러 나오는 친구가 없는 것이 더 큰 이유일 듯하다. 원 안에선 또래끼리 어울려 놀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기에 어려도 기관 엘 보내고 있지 않나 싶다.


같은 또래 아이들이 모여 안에서 놀든 바깥놀이를 할 수 있음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놀아도 놀아도  놀이시간이 부족했다고 아이들은 칭얼대기도 하지만 말이다. 건강한 육체가 있어야 뭐든 해낼 수 힘이 생기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끝까지 놀 수 있는 그 활기찬 에너지가 뭐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건 분명해 보인다.


오늘 한없이 놀아도 내일 또다시 더 기운찬 힘이 샘솟는 게 아이들인 거 같다. 신나게 놀 수 있는 너희들이 참으로 부러울 뿐. 신나게 놀아준다는 이름으로 시소를 몇 년 만에 그리 신명 나게 타 봤을까. 정말 하늘로 날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무서워하면서 같이 놀아주는 선생이 기특하고 재밌는지 놀래켜 주려고 더 힘주어 시소를 구르니 다음날 난 온 삭신이 쑤시는 끙끙댐을 겪어야 했으니.


마침 휴일이라 반일을 이불속에서 앓고 났더니 씻은 듯 개운함은 또 시소에 올라앉게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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