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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08. 2021

사랑의 하트

많이 사랑하면서 살자.

도토리가 토톡톡 떨어지는 계절. 숲길을 걸으며 여러 개 주워 모았다. 마치 다람쥐의 두 볼때기가 먹이로 볼록해진 것처럼 나의 작은 두 호주머니도 볼똑해졌다.


아이들과 도토리로 팽이를 꾸며 시합을 벌이면 흥미진진할 거 같은 거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도토리를 자기 것이라는 표시를 해 주니 섞이더라도 잘도 골라내어 찾아갔다.



어릴 적 남자 애들이 긴 줄을 팽이에 가지런히 감아올렸다. 남은 줄을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에 8자로 모양으로 감은 뒤 내던지듯 땅에 내려놓으면 팽이는 잘도 돌아갔다. 꺼질 듯 잦아들라치면 팽이채로 착착 쳐주면 팽이는 또다시 힘을 내어 돌아가곤 했다.


그때의 팽이가 떠오를 만큼 돌아가는 모양이 똑 닮아 보였다.

팽이를 잘 돌리는 요령이 있는 것처럼 도토리 팽이도 마찬가지였다. 다 함께 처음 해 보는 것인데, 요령을 재빨리 터득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다.


도토리나무는 참나무에 속하며 쓰임이 많은 유용한 나무에 속한다 해서 참나무라  한단다. 아이들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일 수 있어도 말해 주었다.

도토리나무들의 여럿 이름이 있다는 것과 이파리나 도토리의 모양도 제각각이라는 것을.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참으로 다양하다.

어쭈구리 관심을 보이고 많이 신기해한다.


일곱 살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인지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J가 떡갈나무를 들어본 말인데, 도토리 이름이었다니. 많이 신기한가 보다. 살짝 상기된 표정까지 느껴진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집에 가서 엄마께 알려 줄 생각에 흥분이 되고 잽싸게 집으로 달려가고픈가 보다.

[엄마, 나 멋지지?]

란 말로 쓰기의 끝맺음을 한 걸 보면 말이다.


2층 교실을 사용했던 J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손에 힘주어 쓰고 있다. 마무리를 하고 3층으로 올라간 지 10초 정도 지났을까.

하원 준비하기 바빴을 텐데, 선생님이 가 버리고 안 계시면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어 살피며 내려왔다. 황급히 내려왔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는 J를 통해 똑똑히 보았다.


교실 뒷정리를 하고 있는 내가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선생님, 이거요~!!”

내밀고 다시 뒤돌아 뛰어올라가 버렸다.

'J야 이게 뭐니? 묻고 자시고 할 새도 없이.'


색종이 겉면으로 새어 나온 하트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녀석, 귀엽기도 해라.’


순식간에 일어난 일. J가 계단을 올라 흔적이 보이지 않을 때쯤 찬찬히 내려다봤다.

회색 색종이의 반쪽이다.

겉면에 매직으로 그린 사랑의 하트가 색종이 겉면까지 비치며 반짝이고 있었다.

연신 웃음이 나온다.


다이아몬드 보석을 선물 받은 것보다 더 크게 입을 헤벌쭉 거리며 기뻐하는 웃음을 날리며.

연휴를 앞둔 금요일 오후 시간을 사랑의 ❤  하나로 깃털보다 가벼운 맘으로 변신하는 신기한 체험을.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가르치고 돌봐줬던 녀석들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어~~ 요!”

라며 외쳐댔던 그 꼬맹이들.

중, 고등학생은 됐을 테고, 눈곱만큼 기억도 못할 선생님이 되고 말았으니.


요 녀석들도 다를 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잊고 난 또 벙글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이 순간 J는 선생님이 정말 좋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용기 내어 전하는 것일 테니.

사랑이 샘솟는 온도계가 올라가듯 열기가 가득할 색종이 잘 간직해서 너희들을 많이 많이 사랑해 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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